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는 판도라의 상자인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배경을 놓고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를 활용했던 의혹들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채권단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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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도 놓치고 부실의 책임도 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20일 금호타이어 채권단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무기로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자 금호타이어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날선 목소리가 채권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3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부진하다. 2015년 순손실 675억 원, 지난해 순손실 379억 원을 낸 데 이어 올해 들어 1분기에만 순손실 606억 원을 봤다. 부채비율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던 2014년 말 262.3%에서 지난해 말 321.9%까지 치솟았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이런 부실에 박삼구 회장이 책임져야 할 대목도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이사로 단순히 책임을 지는 것 이상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들에게 금호타이어와 거래에서 좋은 조건을 주는 바람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타이어와 거래하는 회사들을 비롯해 재무적투자자들을 총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돈을 지원받는 대신 금호타이어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애기다.
채권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더블스타도 금호타이어 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거래 조건이 금호타이어에게 불리하도록 계약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채권단에서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라는 카드를 흘려 압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 나오는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를 내줄 경우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최악의 경우 법적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2008년 유령회사 비컨과 이면계약을 맺어 논란을 낳았던 점도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대우건설 인수하기 위해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통해 2조9천억 원의 빚을 내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때 금호타이어는 제3의 해외투자자인 비컨이 금호타이어의 장래성을 보고 1100억 원 상당을 주식매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 그 뒤 비컨이 금호타이어 주식을 사들인 돈은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이 빌려준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비컨 논란과 관련해 금호타이어에 과징금 4억8천만 원을 부과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를 내세워 호남의 정재계 인맥을 두텁게 쌓아 사업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돌파해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과거의 인맥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 점도 금호타이어를 움켜쥐도록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관계자는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중심으로 ‘호남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이 호남인맥을 토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키우고 그룹 와해 뒤에도 재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잃을 경우 그동안 쌓은 인맥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인맥의 힘이 떨어지면서 금호타이어 경영부실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박 회장을 보호해줄 안전판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내주기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