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인 공급부족을 겪어 가격이 빠르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기는 일찍이 MLCC 기술개발과 생산확대에 주력한 성과로 큰 결실을 거두게 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기업에 맞서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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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19일 동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MLCC시장의 규모는 올해 약 1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년 동안 성장률 총합이 10% 미만에 그쳤는데 시장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고사양화와 전기차시장의 성장에 따른 차량용 MLCC의 수요증가가 가파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MLCC의 극심한 공급부족현상이 벌어지며 전자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격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지며 공급업체들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MLCC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공급되는 전류량을 조절하는 소형부품으로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로 탑재된다. 안전성이 중요한 고성능 제품일수록 더 많은 수의 MLCC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고사양화 경쟁이 MLCC 수요급증을 이끄는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갤럭시S8의 MLCC 수는 갤럭시S7보다 20%정도 증가한 것으로 아이폰8은 아이폰7보다 약 25% 늘어난 1천 개 정도가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
권 연구원은 “고성능 반도체 탑재와 안정적인 구동을 위해 스마트폰에서 MLCC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자동차부품에도 MLCC 탑재가 늘어나며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에는 전자부품의 비중이 화석연료차량보다 높고 인포테인먼트 등 스마트카 시스템의 적용도 일반적인 만큼 안정적인 구동을 위해 MLCC의 탑재확대가 필수로 꼽힌다.
글로벌 MLCC시장에서 상위 4개 업체가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성장에도 신규업체의 진입이 어렵고 기존 주요업체들이 수혜를 독점하는 것이다.
일본 무라타가 40%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기는 약 23%의 점유율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타이요와 TDK가 각각 10% 안팎의 점유율로 뒤를 잇는다.
이런 상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호황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주요업체가 수요급증에 따라 공급가격을 대폭 높여 큰 이득을 보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MLCC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8% 정도에 그쳤으나 올해는 12%까지 늘어난 뒤 최소 2019년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MLCC 호황기에 대응해 증설을 앞두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공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전기는 MLCC에 앞선 생산투자를 벌인 성과로 경쟁업체보다 업황호조의 수혜를 더 크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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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
삼성전기는 2015년부터 필리핀에, 지난해 중국에 MLCC 생산공장 증설투자를 벌인 뒤 올해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올해 MLCC의 공급부족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일본 경쟁기업의 공급물량이 부족해 삼성전기가 유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삼성전기 MLCC사업을 담당하는 LCR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468억 원에서 올해 3008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투자의 기존 추정치와 비교해도 35%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신사업분야인 전장부품에서 MLCC 공급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일본 경쟁기업들은 이미 스마트폰보다 성장성이 높은 차량용 MLCC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MLCC를 공급하고 있지만 전체 MLC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기준 약 4%에 그친다. 전장부품사업 특성상 초기에 고객사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장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로 자동차 부품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카 등 전자부품에 집중할 계획을 밝힌 만큼 MLCC의 수요도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시장진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MLCC뿐 아니라 카메라모듈과 센서 공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내년부터 사물인터넷기기와 전장부품까지 MLCC 공급을 충분히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