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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4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강을 듣고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12월 더욱 무거운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에게 12월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분석대로 승계를 기다리는 이재용 부회장과 76년 삼성에게 대전환점이 될 수 있다.
12월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의 윤곽이 잡힌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성공이 결정된다. 중저가 브랜드의 신흥국 판매를 통한 중국 스마트폰업체 대응의 성패도 드러난다.
그 결과는 오롯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일차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삼성은 보상과 책임을 경영원칙으로 지켜왔다. 성과에 보상하고 실패할 경우 그만큼 책임도 물었다.
12월은 삼성 인사의 시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실적을 놓고 삼성그룹의 인사를 추진해야 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미 예년과 동일하게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인사는 이재용의 삼성 체제를 누가 이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에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계속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2월 자칫 인력감축의 칼바람 앞에 설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극적인 실적반등에 성공해서 12월에 모두가 행복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스스로도 4분기 실적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4분기를 바라보는 애널리스트들의 눈도 싸늘하기만 하다.
◆ 힘 얻어가는 ‘연말 구조조정 설’
7일 잠정적으로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우려대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은 47조 원을 기록해 2년 만에 50조 원 이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4조1천억 원으로 2011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냈지만 삼성전자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잠정실적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저조한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아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분기 10조 원 영업이익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부족하기는 했고 앞으로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4조 원 영업이익은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12월에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도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적부진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IT모바일(IM) 사업부 임직원들 사이에서 ‘12월 구조조정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직전분기의 절반 수준인 2조 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IM 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60% 이상을 담당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연말 구조조정을 예상하게 만드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사옥의 경영지원실 소속 직원 150명이 수원과 기흥 등 현장에 배치된 데 이어 지난달 무선사업부 소속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500명이 다른 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2분기 부진한 실적의 책임을 지고 성과급 25%를 반납했다. 또 조직 내 긴장을 불어 넣는 차원에서 지난달까지 임직원들의 출장비와 숙박비도 삭감하기도 했다. 인사팀이 나서서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전자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4분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연말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2년 동안 극단적 호황을 누리면서 조직이 너무 비대해졌다”며 “일부 임원을 줄이는 등 긴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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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
◆ ‘미스터 갤럭시’ 신종균의 거취는?
특히 주목되는 것은 12월 예정된 삼성그룹 정기인사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 1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연말 인사는 지난해처럼 12월 초에 진행될 것”이라며 “인사 폭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삼성식 인사원칙을 적용해 왔다. 이에 따른다면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사업의 책임자인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의 거취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신 사장은 2009년 사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현재 위치에 올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0년 ‘갤럭시S’ 출시 이후 연달아 후속제품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올해 초 공개한 ‘갤럭시S5’가 시장의 혹평을 받으며 저조한 판매를 기록하자 신 사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 이후 7개월째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공개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신 사장이 두문불출하고 있는 사이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신 사장을 대신해 갤럭시노트4 발표를 맡았고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중국 베이징 출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4의 국내출시 행사도 이 사장이 맡았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 사장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예측에서 치명적 판단착오를 하는 등 오판을 했다”며 “그렇지만 신 사장의 거취는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삼성전자가 이 사장에게 힘을 싣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로 성장하기까지 신 사장의 공로가 크지만 스마트폰사업에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수장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을 장동훈 부사장에서 이민혁 상무로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인사교체에 대해 업계는 장 부사장이 맡은 갤럭시S5 디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에서 인사 태풍이 불 경우 그 여파는 전자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부진과 함께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도 함께 실적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 등 실적이 부진한 다른 계열사들도 인사 사정권에 들어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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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이 2011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소비자가전쇼(CES)'에 참석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 이재용과 최지성의 투톱체제는 굳건할까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사실상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후계자 승계에 대해 완벽한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의 부재를 맞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조금씩 추진하고 있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는 바람에 삼성그룹은 준비없는 비상사태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지 않고도 위기상황을 극복해 가려 한다. 그 중심에는 최지성 부회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투톱체제는 지금까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얼굴’로서 대외업무를 활발히 맡는 동안 최지성 부회장이 실무를 책임지는 형태로 역할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글로벌 인맥을 넓히는 활동에 주력했고 삼성 안에서 그만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도 없다”며 “이 부회장이 팀 쿡 애플 CEO나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을 만나 현안을 해결하는 동안 최 부회장은 조용히 삼성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말 인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의 조화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부재하더라도 삼성의 정신적 지주 자리잡고 있는 이상 이재용 주도의 인사가 이뤄지기는 힘들고 최지성 부회장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받쳐주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이 보상과 책임이라는 삼성의 인사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삼성그룹에 긴장감을 높이는 인사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그 성품으로 볼 때 이재용 체제 준비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그룹의 인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만일의 하나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사이에 불신의 씨앗이 잉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인사는 그 특성상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건희 회장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사이에 작은 오해라도 생길 경우 그룹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