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MCM 신화’가 갑횡포 논란으로 또 한 번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성주그룹의 MCM 생산업체인 성주디앤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갑횡포 규제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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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
SJY코리아, 원진콜렉션 등 성주디앤디의 전 하청업체 4곳은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성주디앤디를 3월 공정위에 고발했다. 이 업체들은 현재 모두 부도로 문을 닫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조정에 실패하면서 현재 공정위 제조하도급과가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는 6개월 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들은 성주디앤디가 제품납품가 산정방식을 기존의 정률제에서 2005년 정액제로 바꾸면서 12년째 같은 대금을 지급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품을 고급화하면서 원가와 제품가격이 오르고 공정과정도 복잡해졌는데 대금은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통상적으로 정률제를 적용하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등은 모두 원가에 일정비율을 곱하는 정률제로 대금을 지급한다.
성주디앤디가 샘플제작비와 운송비 등을 지급하지 않고 반품비용을 떠넘겼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번 일을 특히 엄격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갑횡포'를 엄격하게 다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4일 취임식에서도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등 '을의 눈물'을 닦는 것이 새 정부의 핵심공약"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결과와 별개로 성주그룹이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성주그룹 브랜드이미지에서 김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데 너무 많은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에서 비선조직 ‘팔선녀’의 일원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곤욕을 치렀다. 2014년에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되면서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막말로도 어려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진입하지 못하고 집에 들어앉은 것은 여성들의 탓이 더 크다”는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당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구조의 문제를 개인문제로 치환하는 것이 기득권자들의 흔한 수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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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M의 백팩. |
주력브랜드인 MCM도 실적이 부진하다. 성주디앤디는 2014년부터 영업이익이 3년째 감소하고 있다.
MCM 매장은 최근 2년 사이 롯데백화점 미아점과 노원점,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촌점, 울산점 등에서 철수했다. 로고를 부각한 디자인이 유행에 뒤떨어진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탓이다.
중국인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국내 매출부진을 만회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중국에서 위상도 시들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국경절 동안 국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의 중국인 은련카드 사용액을 보면 MCM은 2015년까지만 해도 인기브랜드 10위 안에 들었지만 지난해에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 창업주인 김수근 전 회장의 막내딸로 1990년 성주그룹을 설립했다. 라이선스로 생산판매하던 독일 패션브랜드 MCM을 2005년 인수해 연간매출 7천억 원대의 글로벌브랜드로 키워내면서 2012년 ‘포브스 아시아 파워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 기준으로 세계 100대의 명품소비재 제조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성주디앤디 한 곳으로 매출비중은 0.2%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