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샤오후이 중국 안방보험 회장이 구속되면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자본확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이 중국 사정당국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지원을 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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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중국당국에 구속됐다고 13일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개인적인 이유로 우 회장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우 회장의 구속을 놓고 크게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 번째는 우 회장이 안방보험을 통해 권력층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2004년 5억 위안 규모의 자동차보험회사로 시작해 미국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인수합병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덩치를 불리며 12년여 만에 1조4500억 위안 규모의 글로벌 보험사로 급성장했다.
다만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주주명단과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여러 나라 금융당국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우 회장이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인 만큼 중국 고위 관료들의 해외투자를 대신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상하이자동차와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 같은 국유기업도 안방보험의 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올해 지도부 개편을 앞둔 중국의 권력투쟁설에 휘말렸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반부패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우 회장의 구속에 개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우 회장이 반부패 작업에 부담을 느끼고 왕 서기의 낙마를 꾀하는 정치파벌에 가담했다가 역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왕 서기는 올해 가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어느 쪽이든 사실상 안방보험이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호텔 매입계약이 철회된 데 이어 올해 초 미국 보험사인 ‘피델리티앤드개런티라이프’ 인수계약도 철회되는 등 인수합병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금융당국 및 중국 금융당국이 인수승인 과정에서 각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도 자본확충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덩치를 빠르게 불리는 가운데 안방보험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자본건전성을 강화해왔다.
안방보험은 두 회사를 인수한 뒤 지난해 동양생명에 5천억 원, 올해 초 알리안츠생명에 2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각각 실시했다.
안방보험이 5월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3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회사의 자본건전성을 둘러싼 잡음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우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월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 222.9%, 알리안츠생명 196.04%다. 업계 평균(218.44%)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크게 늘린 만큼 자본확충 부담은 다른 생명보험사보다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