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견제를 강화하면서 석유화학업계와 LNG(액화천연가스)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을 둘러싸고 압박수위를 높일 경우 국내기업들이 초경질유와 LNG 등 원료를 구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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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부 차관. |
1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카타르에 수백 톤의 식량을 보내고 있다.
카타르는 그동안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카타르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으로부터 국교단절 통보를 받으면서 식량난을 겪게 되자 이란이 카타르를 돕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중동국가와 손잡고 카타르와 국교를 단절한 것은 카타르를 압박해 이란을 고립하려는 의도”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눈엣가시였던 이란을 압박하면서 중동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원도 5월 말부터 이란이 국제테러를 지원한다면서 새로운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인물을 포괄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조만간 전체표결에 붙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상원의회가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오바마 정부가 이란에 경제제재를 해제해주겠다고 약속한 핵협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미국상원의회가 이란에 테러지원 혐의를 씌우는 것은 어리석고 부끄러운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카타르를 둘러싸고 견제정책을 펴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와 LNG발전업계도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바탕으로 이익을 늘려왔다. 콘덴세이트는 초경질원유를 말하는데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면 일반원유를 정제할 때보다 더 많은 나프타를 얻을 수 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특히 다른 지역의 콘덴세이트보다 저렴하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란에 경제제재를 해제해주자 국내 석유화학기업인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케미칼과 정유사인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에 앞장섰다.
국내기업의 콘덴세이트 등 이란산 원유수입량은 올해 1분기에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전인 2015년 1분기보다 4배가 훨씬 넘게 늘어났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견제정책을 이어가면 이란산 콘덴세이트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내기업들이 이란산 콘덴세이트 도입으로 누리던 원가절감효과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국내 LNG발전업계도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가 중동8개국과 국교단절사태를 겪고 있지만 LNG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 정세불안이 길어질 경우 LNG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LNG발전업계가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해운산업 전문매체 헬레닉쉬핑뉴스는 “카타르는 특히 한국에 LNG를 가장 많이 판다”며 “한국이 주로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카타르산 LNG를 수입하고 있는 만큼 중동국가가 이 교역로를 막아버릴 경우 카타르와 한국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