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이어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의 수주를 늘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폴라리스쉬핑이 운영했던 광석운반선이 침몰했던 사건을 계기로 주요 선주들이 새로운 선박의 발주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초대형 광산운반선 발주 논의 시작
9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가 초대형 광석운반선 선대를 개편하기 위해 글로벌 여러 선주들과 함께 장기해상운송계약(COA) 체결을 협의하고 있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
트레이드윈즈는 “발레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초대형 광석운반선의 계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1993년에 건조해 국내 원자재운송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소유하고 있던 선박이다. 애초 유조선으로 건조됐으나 2008년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됐다.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 구아이바를 출발해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도중 3월31일 브라질 산토스에서 2495km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4명이 실종됐다.
폴라리스쉬핑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증원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폴라리스쉬핑이 보유한 대표적인 노후선박으로 몇 번의 크랙(갈라짐)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해양경찰은 폴라리스쉬핑이 스텔라데이지호를 부실하게 개조하고 관리했는지, 결함사실을 숨겨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발레는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노후화된 운반선을 보유한 선주들과 장기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원자재운송선사들은 신규 초대형 광산운반선을 발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산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아시아와 유럽의 선주들이 중국과 한국에 위치한 조선소와 접촉해 발레와 거래하기 위한 조건으로 30만~36만500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초대형 광석운반선의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 광석운반선 수주 확보할까
광석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면 현대중공업이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경쟁기업인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광석운반선을 건조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건조경험이 있긴 하지만 현재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는데 매진하고 있어 수주에 경쟁적으로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로 한정할 경우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독점하다시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초대형 광석운반선 3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폴라리스쉬핑이 최대 10척 이상의 광석운반선을 더 건조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현대중공업이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국 조선소들과 경쟁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조선업황 불황에 따라 자국에 흩어진 중소형 조선소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자 조선소끼리 통폐합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초대형 광석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에 특화한 조선소를 집중 육성하기도 했다.
중국 상해외고교조선, 청도 베이하이조선, 양쯔강조선 등은 지난해 중국중앙국유기업이 발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30척을 싹쓸이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국내 다른 조선사들과 비교해 광석운반선 건조에 경쟁력을 보유한 것은 맞지만 철광석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물량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발주가 늘어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