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뜻밖에 부진하다.
올해 실적이 크게 늘고 자사주소각 등 강력한 주가부양정책으로 주가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가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이 아직 불확실한데다 올해 시설투자도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며 현금배당에 대한 기대도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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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이전거래일보다 1.39% 하락한 226만5천 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는 5월10일 235만1천 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보인 뒤 최근 한달 동안 계속 약세를 보이며 230만 원 안팎의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가파른 주가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 올리기에 앞다퉈 나섰다. 목표주가로 300만 원을 낸 곳도 있다.
하지만 증권가의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상승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계속된 상승흐름에 비춰봐도 예상 밖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호조에 수혜를 봐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248조5천억 원, 영업이익 52조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시장의 초호황과 스마트폰사업의 회복으로 중장기적인 실적개선이 유력하다”며 “주가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적분할계획을 철회하는 동시에 13%에 이르는 자사주를 내년까지 모두 소각하고 추가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체 주식 수가 크게 줄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또 중장기적인 주주환원계획을 검토하는 사외이사 감사위원회를 신설하며 잉여현금을 주주배당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주가부양을 위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며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국회에서도 삼성그룹을 겨냥한 경제민주화법안이 다수 통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강제지정하는 법안도 포함된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확보해야 하는데 자금여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포기하고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을 다시 추진해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인적분할을 추진할 계획이 전혀 없고 삼성물산과 합병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증권가에서 지배구조개편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며 불확실성이 커져 주주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전자인 만큼 인적분할과 지주사전환, 삼성물산과 합병 등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국회의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설투자에 모두 40조 원 이상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현금배당이 이전과 비교해 거의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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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주주총회. |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잉여현금의 50%를 자사주매입 후 소각과 현금배당에 쓰기로 했는데 투자가 늘어날 경우 잉여현금도 크게 줄어 주주환원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거의 없어진다.
반도체사업이 삼성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실적에 부정적인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반도체 가격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고객사들의 원가부담이 커져 하반기부터 수요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D램 등 반도체 업황은 근본적으로 제조사와 부품업체 사이 마찰로 요동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수요전망이 엇갈리며 삼성전자의 실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주가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외부적인 영향에 따른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삼성전자 주주들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구체적으로 실행될 경우 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코리안 디스카운트’로 꼽히던 한국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