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대표가 쿠팡의 상징인 '쿠팡맨'을 둘러싼 잡음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쿠팡은 속도와 함께 ‘감성’을 강조하는 쿠팡맨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쿠팡맨 채용 및 운영이 쿠팡의 손익개선에 지속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
▲ 김범석 쿠팡 대표. |
3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본사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과 상여금 인상분 수십억 원이 한달째 미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체불규모는 60억~90억 원으로 추정된다.
쿠팡 내부에서는 현금보유액이 바닥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최근 2년 동안 누적적자가 1조1120억 원으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보유액은 3633억 원이다. 지금과 같은 적자가 이어질 경우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쿠팡이 적자를 내는 근본적 원인은 고비용 구조에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1년에 매출 1조 원 이상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을 쿠팡맨이 하루 만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택배보다 4배가량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쿠팡맨의 연간 인건비는 2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국에 세워진 대형 물류센터, 배송거점 운영소의 운영비용까지 더하면 배송에만 연간 3천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쿠팡이 전국에 보유한 물류센터만 10여 개에 이른다. 현재 대구에 1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쿠팡이 보유한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물류센터도 짓고 있다.
최근 쿠팡맨을 둘러싼 갈등은 쿠팡이 로켓배송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줄이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전현직 쿠팡맨 75명은 최근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에서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최근 대량해고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쿠팡은 2월부터 4월까지 전체 쿠팡맨의 9.7%인 218명을 계약해지했다.
쿠팡은 최근 쿠팡맨 평가제도를 바꾸고 고정적으로 지급하던 안전보상비(SR)도 상대평가로 전환해 사실상 임금을 삭감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력부족으로 쿠팡맨 특유의 정체성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쿠팡맨 수는 3600여 명 수준이다. 당초 전체의 60%가량을 정규직으로 두겠다고 했지만 고용된 직원 가운데 정규직은 3분의 1 수준인 12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쿠팡의 주장과 달리 쿠팡맨 수가 2800여 명에 그치고 정규직 비율도 훨씬 낮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물량에 비해 인력충원이 늦어지고 있어 쿠팡맨들은 잔업과 주말근무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
|
▲ 쿠팡사태대책위원회의 강병준(창원지역 쿠팡맨)씨가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전·현직 쿠팡맨 76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뉴시스> |
위탁배송도 늘어나고 있다. 쿠팡은 7월부터 로켓배송 상품 가운데 생수를 위탁배송으로 돌려 외주배송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쿠팡이 쿠팡맨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만큼 당장 쿠팡맨을 줄이거나 정규직 방침을 축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면 고정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고정비용을 감당하려면 매출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화두가 배송경쟁을 넘어 어떤 상품을 판매하느냐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구매와 빠른 배송을 통한 차별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경쟁적으로 배송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점차 쿠팡이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쿠팡맨의 장점도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