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를 보험회사가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29일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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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
현행 상법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고 부실한 고지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력, 직업 등이 대표적인 고지사항이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했다면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고(상법 제651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제655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일방적인 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보험계약자는 계약 시 보험회사에게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스스로 예측해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상품들이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비전문가인 보험계약자가 보험상품마다 각기 다른 중요사항들을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다.
정 의원은 “보험업이 발달함에 따라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물어봐야하는 중요사항을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지의무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법 규정으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간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접수된 보험민원 가운데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해지 민원이 88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보험가입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당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해지를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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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감원장. |
최근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를 악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금감원은 2010년 6월 분쟁을 줄일 목적으로 보험계약 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고지의무 사항을 강화했다. 질병의심소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험회사에 알리도록 했고 사고위험이 큰 취미생활, 해외위험지역 출국계획도 고지내용에 포함했다.
고지의무가 강화되자 보험회사가 이를 악용해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늘었고 금감원은 다시 올해 7월부터 고지의무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정 법안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보험회사가 건강정보 등 고지를 요구하는 사항을 직접 보험가입자에게 묻고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를 수동화해 보험회사가 물어보는 내용만 답변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9일 ‘이슈와 논점 제1313호’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자발적 고지의무를 수동적 응답의무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방식에 의하면 보험계약자는 질문받은 사항들만 답변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고지의무를 서면 이외 전자문서 등 텍스트 식으로 고지할 수 있도록 해 보험계약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편의성을 높였다.
정 의원은 “그동안 보험회사가 보험소비자에게 일방적 고지의무를 부과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개정안은 보험계약 시에 보험회사가 직접 질문하고 소비자는 이에 대답할 의무만 부여해 보험소비자의 권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