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내 보험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 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안방보험은 한국 보험시장이 투자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안방보험, 동양·알리안츠생명에 자본확충 이어질 듯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3조 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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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
안방보험은 중국 자산순위 5위이자 세계 10위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형 보험사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63%를 2015년 1조1319억 원에 매입해 최대주주 오른데 이어 올해 3월 5283억 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했다. 알리안츠생명도 지난해 35억 원에 사들인 뒤 두 차례에 걸쳐 4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안방보험의 3조 원 규모의 투자가 추가로 이루어진다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통해 투입한 자금은 5조 원에 이른다.
보험업계에서 두 회사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만큼 양사가 합친다면 자본 합계는 6조70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중소형 생명보험사에서 자본기준 4위사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128억 원을 냈는데 안방보험이 이보다 더 큰 204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간 것을 두고 안방보험이 국내 보험사를 이용해 자금회수와 단기적 수익만을 거둔 뒤 발을 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추가투자를 통해 이를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보험료를 내리면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확대해 수입보험료가 크게 늘면서 매출액 7조4295억 원을 거뒀는데 전년보다 58.1% 늘어났다. 최근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의 보험료산출이율을 국내 대형보험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보다 0.4%포인트 높은 연 2.9%로 정하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비용을 축소하고 내실을 다지는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역마진의 위험까지 안으면서 공격적인 외형확장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추가 자본확충 없이 전략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안방보험의 든든한 지원으로 우려를 씻어낼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손해보험업으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한국에서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해보험사까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안방보험, 한국 보험시장에 투자하는 까닭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끊임없는 자본확충 요구와 무건전성 확보의 주문을 받고 있는 까닭에 인수합병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아무리 매력적인 매물이라도 매입 후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부담때문에 당장 보험사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안방보험이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걷고 있는 까닭은 한국 보험시장이 안방보험의 경영철학에 비추어봤을 때 적합한 환경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방보험은 위안화 약세의 대응방안으로 성장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금융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만큼 안정적이면서 동남아보다 리스크가 작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중국과 한국의 금리차이가 3% 이상 벌어지는 만큼 한국에서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중국에서 비싼 금리로 마진을 취하는 방법도 구상해 자본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험당국이 중국 보험사들의 현지 영업을 놓고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5월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과도한 위험을 떠안고 있는 보험사들을 놓고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안방보험이 규정에서 벗어난 투자상품을 팔아왔다며 2가지 종류의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3개월 동안 신규 보험상품의 승인을 중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지속적인 투자를 두고 국내 보험시장이 중국의 거대 자본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동양생명이나 알리안츠생명 등은 대주주의 지원을 기회삼아 내실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