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아이칸에 굴복해 페이팔 분사  
▲ 칼 아이칸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오는 2015년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존 도나호 이베이 CEO는 30일 페이팔의 성장과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페이팔을 분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페이팔의 분사는 기업사냥꾼이자 억만장자인 칼 아이칸이 제안한 것이다. 이베이는 그동안 이 제안을 거절해왔다.

이베이가 페이팔 분사를 결정한 것은 칼 아이칸에게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애플이 모바일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이자 이베이가 마음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페이팔이 독립하면서 앞으로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칼 아이칸 제안대로 분사 결정

페이팔은 이베이에 인수된 지 12년 만에 독립하게 됐다.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14억 달러에 인수됐다.

도나호 CEO는 “이베이와 페이팔이 10년 이상 한 회사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이익을 이끌어냈다”면서 “그러나 이사진과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결과 내년 이후에도 둘을 함께 묶어놓는 것은 이베이와 페이팔의 경쟁력과 전략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회사가 분리되면서 CEO도 교체된다. 도나호 CEO와 밥 스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사과정을 총괄한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그 뒤에 댄 슐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기업성장부문 대표가 페이팔 CEO를, 데빈 웨닉 이베이 마켓플레이스 부문 사장이 이베이 CEO를 맡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베이가 결국 칼 아이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분사를 결정했다고 본다.

아이칸은 지난 1월 이베이의 지분을 매입한 뒤 지속적으로 페이팔 분사를 요구해 왔다. 아이칸이 이끄는 회사는 이베이 지분 2.5%를 보유한 6대 주주다.

아이칸은 지난 1월 열렸던 이베이 이사회에서 “페이팔 분사는 경영진에게 핵심사업을 추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페이팔이 이베이에 속해 있으면 성장이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아이칸은 “페이팔이 이베이로부터 분사하지 못한다면 블랙베리, 델, 닌텐도, 제록스 등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모토로라 이사회에 새 CEO 영입과 휴대폰사업부 분사를 설득했지만 실패해 결국 모토로라 휴대폰사업부는 구글에 팔리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나호 CEO는 그동안 분사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결국 아이칸의 요구대로 분사를 결정했다.

아이칸은 분사계획이 발표된 후 “이베이 경영진과 이사진이 페이팔 분사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다”며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빨리 결정을 내려줬다”고 밝혔다.

◆ 모바일 결제시장 불붙나

이베이는 이번 분사결정이 전략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도나호 CEO도 “오랜 고민에 따른 계획적 절차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선보이자 이베이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베이, 아이칸에 굴복해 페이팔 분사  
▲ 존 도나호 이베이 CEO
이베이의 페이팔 분사는 아이칸의 요구 때문만이 아니라 치열해지는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우위를 갖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애플페이는 10월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알리바바의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역시 전 세계 사용자 수 8억2천 명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사용자 수로 페이팔을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팔이 이베이에 묶여 있으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페이팔은 현재 세계 200여 개 시장에서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10억 건에 이르는 모바일결제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 성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계속 이베이에 묶여 있을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결국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투자가들은 이번 분사를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분사가 완료되면 페이팔이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기업이 페이팔 인수를 시도할 수도 있고, 페이팔이 관련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페이팔의 시가총액은 315억 달러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