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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제2차 당무위원회의에서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정부가 파격적인 인사와 탈권위적인 소통으로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국민의당이 처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정부여당 견제라는 야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새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에 칭찬과 비판이 뒤섞인 데서 국민의당의 고심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철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후보자 자녀의 이중국적, 위장전입 문제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 스스로 말했던 5대 비리 관련자 원천배제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고연호 수석대변인은 19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두고 “나무랄 것 없는 인선”이라면서도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발표해 검찰 중립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과 고 대변인의 ‘어정쩡한’ 발언은 문재인 정부를 마냥 칭찬할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기도 쉽지 않은 국민의당의 현재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파격적이다’‘신선하다’‘충격적이다’ 등 찬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의 시련이 상당히 길어지겠구하는 하는 걱정도 든다”며 당내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패권정치를 하지 않고 대탕평 등 통합의 정치를 잘 해 나간다면 양당 독점정치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의당의 존립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안고 있는 또하나의 고민은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이 급격히 문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80%를 넘는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근 한자릿수로 추락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특히 호남지역 지지율은 5%로 더불어민주당(71%)에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설도 불거져 나왔다.
권노갑 정대철 고문 등 당내 동교동계 원로들은 최근 문 대통령 측 인사와 민주당 관계자 등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민주당과 물밑 접촉에 나선 직접적 이유는 국민의당 내부에서 제기된 바른정당과 합당 주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은 꼴통만 아니지 DJ의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보수정당”이라며 “바른정당과 연대 내지 통합은 우리 스스로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3일 라디오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잘하면 잘한다고 하면 된다”며 “(민주당과 합당 관련해) 그러한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