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데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지배구조개편에 속도를 내왔는데 현대차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이 구체화하면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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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당장에 지배구조개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현대차그룹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배구조개편 방안을 짜지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관련 정책을 시행하면 이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별개혁 공약 가운데 하나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을지로위원회 구성, 대기업 금융계열사에서 다른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강화 등을 재벌개혁 방안으로 공약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에서 빠지면서 현대차그룹은 시간을 두고 지배구조개편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꼽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에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후순위 정책으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선재,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새 정부가 현재까지 제시하고 있는 정책만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이 규제변화를 근거로 지주회사 전환을 서둘러야할 당위성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과 비교하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탓에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들은 “2018년 말에 지주회사 전환시 대주주의 현물출자분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이연 조세특례제한법 효력이 종료되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선택을 서둘러야 하는 규제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할 후보 계열사를 놓고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3개 주요계열사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이후에 투자회사 3곳을 지주회사로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현대모비스 투자회사가 단독으로 지주회사로 출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3곳이 분할합병할 경우 각 계열사마다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한다”며 “계열사 3곳 모두 주주들의 동의를 확실하게 얻기 어렵다면 분할 후 사업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현대모비스만 분할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사 및 감사의 해임, 영업의 양도 및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3곳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30.2%, 현대차 28.2%, 기아차 35.8%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가 특별결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