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4년, LG전자는 명예를 되찾았나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다시 도전하자.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4년 전인 2010년 10월1일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며 LG전자 수장에 취임했다.

구 부회장 취임 당시 LG전자는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2009년 2조680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0분의 1 수준인 2800억 원대로 뚝 떨어졌다. 피처폰시장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스마트폰 등장에 대응하지 못한 대가가 너무도 컸다.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낙점받은 구 부회장에 대한 재계의 시선은 당시 엇갈렸다.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선 만큼 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기대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전문성이 없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 지 4년이 됐다. 구 부회장은 일부에서 나왔던 우려를 씻고 LG전자의 과거 영광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스마트폰사업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구본준식 경영’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G3로 ‘휴대전화 명가’ 부활 신호탄 쏘다

구본준 부회장이 이끈 4년 동안 LG전자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사업은 스마트폰사업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부는 올해 2분기에 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2분기 61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4분기 만에 거둔 흑자다.

매출은 3조6203억 원이었다. LG전자가 2010년 스마트폰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실적을 올렸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총 14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LTE폰 판매량도 2011년 5월 LTE 스마트폰 첫 출시 이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515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 출시한 G3의 돌풍이 계속되면서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드디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MC사업부의 매출이 4조 원을 넘을 것”이라며 “이는 2008~2009년 피처폰 시절 호황기 이후 5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오랜 숙원인 ‘스마트폰시장 3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란 희망적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LG전자는 G3 판매호조에 힘입어 내년 세계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에 이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본준 4년, LG전자는 명예를 되찾았나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5월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휴대폰과 TV, 생활가전 등 전략제품들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 ‘기본’ 앞세운 구본준, 스마트폰 부활 이끌어


LG전자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시장전망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리 밝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체제가 굳건해 LG전자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MC사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탈출에 실패하면서 이런 분석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일부에서 MC사업부가 2분기에도 흑자를 내지 못할 경우 전면적 사업 재검토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사업이 2분기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이런 이야기는 잠잠해졌다.

LG전자의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듣던 스마트폰사업이 단숨에 복덩이로 바뀌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구 부회장이 지난 4년 동안 강조해온 ‘기본’의 힘 덕분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 부회장은 2010년 취임식에서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휴대폰 명가’라는 타이틀을 되찾으려면 제조회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품질과 생산,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10% 이상 늘려왔다. 2010년 2조6782억 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3조54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4.6%에서 6.1% 증가했다.

G3가 뛰어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구 부회장의 기본에 대한 선제적 투자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회장은 취임 후 금형기술을 제조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1100억 원을 들여 평택에 금형기술센터를 세웠다. 구 부회장은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을 결정짓는 것은 금형기술이라며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 시장선도 강조하며 ‘세계 TV1위’에 재도전

구 부회장이 기본과 함께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또 다른 중점과제는 이른바 시장선도다.

구 부회장은 취임식에서 “시장판도를 바꾸는 혁신적 제품을 경쟁사보다 먼저 내놔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의 이러한 시장선도 전략이 가장 드러나는 곳이 바로 TV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선보이며 가전업계 라이벌 삼성전자를 앞서나갔다. 당시 구 부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품질에 대한 의문에 대해 “자신 있으니까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OLED TV 고집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UHD(초고화질) OLED TV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 55인치 곡면 OLED TV를 300만 원대에 내놨다. OLED TV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LG전자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LG전자의 목표는 삼성전자에 빼앗긴 세계 TV시장 1위 타이틀을 되찾는 것이다. LG전자는 2005년 4분기까지 TV시장의 왕좌를 차지했으나 그 이후 삼성전자에 밀려나 만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까지 34분기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 부회장 LG전자가 TV시장에서 다시 1위에 오르기 위해서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시장, 즉 OLED TV 시장에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고 봤다. 이는 또한 피처폰 성공에 안주하다 시장변화에 늦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구본준 4년, LG전자는 명예를 되찾았나  
▲ 신문범 LG전자 중국 법인장이 지난 8월8일 중국 베이징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G3 중국 출시 행사에서 배우 이민호씨와 함께 G3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구본준 LG전자, 아직 갈 길이 멀다

구 부회장 체제 전환 이후 LG전자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했다.

취임 첫 해인 2010년 2824억 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2년 만인 2012년 1조2167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LG전자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져 지난해 영업이익 1조2847억 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올해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상반기에만 1조110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상태다. 단 두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과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LG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9480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약 51%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스마트폰사업의 경우 2분기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G3를 이을 LG전자의 차기 히트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3분기까지는 G3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부터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보고서에서 “G3가 초기성공을 거뒀지만 애플의 아이폰6 출시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또한 삼성전자의 절치부심으로 상위권업체의 경쟁심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중국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구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공세를 통해 스마트폰시장에 이어 TV시장에서도 LG전자를 제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TV로 꼽히고 있는 UHD TV시장에서 LG전자는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 등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의 세계 UHD TV 시장 점유율은 각각 9.7%와 8.8%로 집계됐다. 이는 11.4%인 LG전자를 2% 포인트 내로 따라잡은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