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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5일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생명과학사업본부 익산공장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금리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까지 회사채를 한두 차례 더 발행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은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비화학기업의 인수합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1~2차례 회사채를 더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최근 실시한 기업설명회에서 2018년까지 회사채를 약 2조 원가량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LG화학이 서둘러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탓에 5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올해 안에 2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정책기조는 유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의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LG화학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이 대규모 시설투자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회사채 발행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LG화학은 최근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생산시설, 자동차전지 생산시설 등을 확장하는데 투입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8천억 원을 발행했다. 시설투자에 쓰이는 자금은 4천억 원이고 나머지 4천억 원은 차입금을 갚는데 쓰인다.
LG화학은 2012년 3월에 3천억 원의 공모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5년 넘게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LG화학이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5년 만에 회사채시장에 복귀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LG화학이 최근 1~2년 동안 걸어온 길을 놓고 볼 때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비화학사업을 하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농업용 화학제품 등을 제조하는 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의약품 개발·제조·판매사업을 하는 LG그룹의 계열사 LG생명과학까지 흡수합병하며 바이오사업의 덩치를 크게 키웠다.
LG화학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전지사업에도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유럽 전기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폴란드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건설에 투입되는 자금만 4천억 원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등 경쟁 화학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주롱아로마틱스 등 화학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뛰어들었던 점과 비교해 LG화학은 비화학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LG화학은 비화학사업 집중투자 전략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와 전지사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이 앞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의 실적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진수 부회장이 3월 중순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인수합병”이라며 “LG화학이 추진하는 사업전략에 부합하는 좋은 물건이 있다면 인수합병을 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비화학사업의 사세를 확장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