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재판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비리사건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롯데그룹이 상암동에 짓기로 했던 복합쇼핑몰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 재판과 박근혜게이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서울 상암동에 5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지으려던 복합쇼핑몰 추진계획을 접었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쇼핑몰 부지의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시에 부지를 되팔기 위한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두 건의 재판을 받고 있어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 회장은 현재 17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와 70억 원대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재벌적폐 청산을 강조해온 만큼 신 회장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재판결과에 따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경영진 구성이나 회계 처리와 관련해 투명성을 요구하는 항목이 있는 탓이다.

롯데그룹의 면세점사업에도 제동이 걸린다.

관세청은 최근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놓고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응해 정부 차원의 도움도 절실하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사드문제는 개별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드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요청해왔다. 신동빈 회장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의 90%가량이 문을 닫는 등 롯데그룹의 중국사업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그룹 전체로 올해 상반기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재조사를 언급한 점도 롯데그룹에게 부담을 안긴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국정농단 특검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을 지목하며 재수사 의지를 드러내 롯데그룹과 SK그룹, CJ그룹 등 관련 대기업들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권 초기 사정 성과를 올리기 위해 이전보다 수사 강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이 바뀌면 기업들이 일제히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총수가 재판 중이거나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역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발 빠르게 코드를 맞춰왔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일찍부터 박근혜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떠맡았다. 박 전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마다 빠짐없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10대그룹 총수 중에는 유일하게 신 회장만 동행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친MB 기업’이라는 말을 정도로 특혜를 받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만회하려는 듯 강력한 ‘친박’ 행보를 걸었다.

롯데그룹은 MB정부 시절 ‘특혜’의혹 속에서 5년 동안 계열사를 46개에서 79개로, 자산총액을 49조원에서 96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롯데월드타워의 건축허가가 떨어진 것도 MB정부 때였다.

롯데그룹은 1988년 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한 뒤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지만 인근 서울공항의 군용기 안전문제로 번번이 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2007년 국무조정실로부터 사실상 ‘불허’ 결정을 통보받기도 했다.

하지만 MB정부는 이런 안전성 우려에도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틀어서 롯데가 제2롯데월드를 재조성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