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매체 로이터가 내부제보자 김광호 현대자동차 부장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기업의 재벌문화를 꼬집었다.
로이터는 15일 김 부장과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재벌이나 가족기업과 관련된 기업비리가 한국에서 비일비재하지만 내부제보자들이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며 “내부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더라도 많은 내부제보자들은 해고당하거나 배척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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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김 부장이 충성심을 요구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내부제보자로 나서면서 이런 풍조를 거스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봤다.
김 부장은 정밀기계공학을 공부한 이후 1991년에 현대차에 입사했다.
2015년 2월부터 9월까지 현대차 품질전략팀에서 일하면서 접했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국토교통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등에 차량결함과 현대기아차가 차량결함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보했다.
특히 김 부장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250쪽 분량의 내부자료를 건넬 때는 직접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현대차는 내부제보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1월 사내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김 부장을 해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제보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복직을 권고하자 현대차는 올해 4월에 김 부장을 복직시켰으나 김 부장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부장은 로이터에 “나는 한국 자동차업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내부제보자가 될 것”이라며 “(내부제보를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제보를 하기 전에) 평범하고 나은 삶을 살았던 데서 지금은 대기업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회사에서 해고된 이후에 저축과 대출에 의지해 생계를 꾸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 부장은 로이터에 “아내는 해고로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나에게 내부제보를 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며 “하지만 내부제보가 없다면 이 문제가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생각해 아내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부제보로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김 부장의 내부제보 32건을 놓고 리콜 여부를 검토했다. 그 뒤로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차량 5종 17만1348대를 자발적 리콜했다. 이달 12일에는 차량 12종 24만 대 가량을 강제 리콜하라는 국토교통부의 명령을 받았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4월에 국내에서 세타2엔진 결함을 자발적 리콜하기로 한 직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세타2엔진 결함으로 130만4347대를 자발적 리콜하기로 했다. 내부제보로 인한 리콜사태가 해외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이 내부제보로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에 현대차가 싼타페 에어백 결함을 은폐했다는 내부제보 내용을 다룬 언론보도가 나오자 이원희 현대차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달 12일에 강제리콜 명령을 내리면서 현대기아차가 차량결함을 은폐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