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계획을 포기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한국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8일 “한국인들은 감옥에 갇힌 이재용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의 열쇠를 내주는 것을 거절했다”며 “재벌을 향한 국민들의 강한 분노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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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검토해왔던 지주사 전환계획을 완전히 철회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꼽혔던 과제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여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삼성그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병상에 오른 뒤부터 추진해왔던 최우선과제”라며 “박근혜 게이트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구속기소된 뒤 재판을 받고 있는데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그룹이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해석했다. 경영권 승계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결국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기 위해 지배구조개편 대신 다른 우회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그룹은 한국사회에서 신뢰를 거의 잃었다고 봐야 한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 이 부회장은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적당한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변화도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어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살 수 있다고 봤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는 결국 재벌기업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변화를 계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폭을 넓히며 국민들의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꿔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