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패션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은 패션계열사들을 모두 끌어안게 되면서 유통계열사와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준, 롯데 유통망과 시너지로 패션사업 키운다  
▲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패션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2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50여개 계열사를 4개 부문으로 통합관리하는 조직인 BU를 신설했다. 유통BU에 유통계열사를 비롯해 에프알엘코리아, 엔씨에프, 한국에스티엘 등 패션계열사 3곳이 포함됐고 유통BU장으로 이원준 부회장이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경쟁회사인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처럼 패션계열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첫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의 패션사업 규모는 켤코 적지 않다.

롯데쇼핑은 15개의 패션브랜드를 갖고 있고 에프알엘코리아는 국내 1위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의 국내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조1822억 원, 영업이익 1073억 원을 올리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패션계열사인 엔씨에프와 한국에스티엘도 해마다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그룹는 2011년 엔씨에프를 인수할 때 패션사업을 위한 독립법인을 세우고 2018년까지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원준 유통BU장은 패션계열사들이 유통BU에 들어온 만큼 패션사업을 키우기 위해 백화점, 마트 등 롯데그룹의 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유통BU장은 최근 각 계열사 간 협의체를 만들어 분야별 실무진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 유통BU장은 23년 동안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 유통전문가로 패션사업의 식견도 상당히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9년 롯데백화점 숙녀매입팀에서 근무하며 높은 성과를 내 1년 만에 숙녀잡화 매입 부문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패션과 유통사업 두루 잘 알고 있다.

  이원준, 롯데 유통망과 시너지로 패션사업 키운다  
▲ 유니클로 매장 모습 .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자체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방향으로 패션사업을 키워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니클로를 국내 1위 SPA브랜드로 키운 경험이 있어 자체브랜드 성공에 자신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자체브랜드가 안착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3월 선보인 자체 의류브랜드 '테'는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9월 내놓은 프리미엄 의류브랜드 'LBL'은 출시방송 3시간 만에 110억 원이 판매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기업이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하면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롯데그룹이 체계적으로 패션사업을 챙기기 시작하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