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정의로운 보수', 철새 떠난 바른정당은 기회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손가락으로 기호4번을 표시하며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정당이 올해 1월 창당하면서 선택한 상징색은 하늘색이었다. 뿌리인 한나라당의 파란색을 유지하되 국민을 하늘같이 모시겠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하늘같이 모신 것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4일 탈당의 뜻을 번복하고 잔류를 결정했다. 그는 “전북도민들의 엄중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준엄한 명령은 바른정당을 지키고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보수의 횃불’이 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말대로 국민의 명령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이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 내세웠던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가 바로 그것이다.

바른정당은 기존 보수진영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에게 보수정당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받아 한때 17%가 웃도는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창당 100일이 지난 지금, 바른정당이 내세웠던 ‘새로운 보수’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은 2일 탈당을 선언하며 “보수궤멸을 운운하는 친북좌파-패권 세력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선거 때마다 ‘친북좌파’ 프레임을 이용했던 기존의 보수진영 논리와 완전히 똑같다.

이에 앞서 탈당을 한 이은재 의원은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이념과 가치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떠나 바른정당에 입당했던 이유가 정체성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이들이 자유한국당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내세운 명분은 바른정당의 ‘새로운 보수’라는 이념이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고백으로 바른정당은 대선만을 위해 급조된 ‘철새정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통된 정치이념없이 권력이라는 이해관계로만 만들어진 정당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세웠던 국민신당은 1년 만에 해산했고 2002년 16대 대선을 한달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창당한 국민통합21은 2년 뒤 사라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3일 “바른정당은 이번 대선만을 보고 급조한 정당이 아니다”며 “눈앞의 이해와 유불리를 떠나 긴 호흡으로 정도를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가 완주의지를 밝히면서 소액후원금이 3~4일 이틀간 평소의 15배, 온라인 당원 가입자 수도 100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은 정치적 이해관계만으로 참여했던 인물들이 나감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보수’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유승민 후보는 2일 마지막으로 열린 TV토론에서 “정말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해 보고 싶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국민 여러분들이 저희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유 후보의 말이 진정이라면 대선은 그 끝이 아니라 출발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