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 상표권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되찾기의 기회를 다시 한번 노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금호타이어 사용조건이 합의되지 않으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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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이 금호 상표권을 더블스타에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회장은 27일 한국일보 기자에게 "금호산업이 보유한 상표권 사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매각협상이 무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금호' 상표권 사용과 금호타이어 채무 만기연장, 방산부문의 매각승인 등이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보이면서 매각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금호 상표권과 관련해 20년 동안 사용요율을 변경하지 않고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조건 아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비상식적인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상표권소유자인 금호산업이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상표권을 20년까지 현행 요율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더불스타가 원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조건은 비상식적인 계약조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상표권 사용을 협의할 것을 요청해 오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에서 연결기준 매출의 0.2%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아왔다. 지난해 금호타이어가 매출 2조3539억 원을 거뒀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금호산업이 받은 사용료는 1년에 47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금호산업의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액수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료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채권단에 상표권 사용 관련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금호산업이 보유한 상표권 카드를 활용해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하도록 만들거나 최소한 채권단과 매각협상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더블스타는 9월23일 이전에 인수협상을 마무리히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고 이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되살아난다.
더욱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 유력 대선후보들은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결코 좋을 리가 없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여러 계열사에 지분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회장이 상표권을 앞세워 산업은행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데 다음 정부에서 산업은행 수장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호산업은 사용료 등 다른 조건에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5년 동안 비독점적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지난해 9월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최근 이사회에서 금호타이어와 상표권 사용계약을 내년 4월30일까지 연장하면서 "계약 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했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경우 논란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