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체제를 갖추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갖추기 위해 두 회사를 한 회사로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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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2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주식이 5월10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된다.
현대중공업은 4월1일에 비조선사업부를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인적분할했는데 이에 따라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과 신설법인 3곳의 주식거래가 3월30일부터 중단됐다.
현대중공업은 주식거래가 재개된 이후부터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인적분할을 추진할 당시부터 유가증권시장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37%를 모두 현대로보틱스에 넘겼다.
현대로보틱스는 상장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보틱스가 지분 91.13%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를 활용해 자회사 지분을 매수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온다.
다음으로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를 정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는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42.34%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57.66% 전량을 사들여야 한다. 이 지분의 가치는 1조 원 안팎이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470억 원에 불과해 사실상 현대미포조선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합병할 경우 현대미포조선의 지위가 현대로보틱스의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격상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만족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40%만 보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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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이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을 94.92% 보유하고 있어 합병을 추진하기만 하면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중공업과 합병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사모펀드 IMMPE와 3천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관한 주요사항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 자금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쓸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경우 부채비율이 기존 96.4%에서 78.1%까지 낮아진다.
증권가는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현대삼호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대형선박 위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도 합병 가능성을 높이는데 힘을 싣는다.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박 건조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현대삼호중공업과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