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 상표권을 토대로 금호타이어의 매각협상을 장기화로 끌고 가 인수기회를 다시 엿볼 수도 있다.
더블스타는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금호타이어 인지도를 활용해 상위권으로 도약할 목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선 만큼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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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13일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1년 연장하기로 계약하면서 상표권 사용계약을 계약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했다. 지난해 4월 상표권 사용계약을 갱신할 때는 해지 관련 조항을 넣지 않았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 사용을 못하도록 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상표가 필요한 만큼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확보할 목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금호타이어만큼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타이어회사가 거의 없다. 2015년 세계 5위 타이어회사인 피렐리를 인수한 켐차이나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라는 상표가치를 2천억 원 가량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으로 9550억 원을 제시했다. 여기에 주식가치인 5700억 원을 제외한 3850억 원 가운데 절반을 금호타이어 이름값으로 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판매기준으로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은 ‘2017 대한민국 브랜드 스타’ 타이어부문 1위로 한국타이어 대신 금호타이어를 꼽을 정도로 브랜드가치를 높게 매겼다. 한국타이어는 판매기준 세계 7위에 올라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JD파워가 실시한 2017년 신차용 타이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브릿지스톤, 던롭 등 세계 상위권 타이어 브랜드를 제치고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금호타이어 가치가 떨어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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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 기업 이미지. |
기술력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중국회사가 사용할 경우 금호타이어 상표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표권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금호’라는 이름은 박삼구 회장의 부친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주 박인천 전 금호그룹 회장의 호이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였던 금호실업이 1972년 처음 사용한 뒤 30년이 넘도록 계속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관리하고 있는 상표다.
박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금호’ 상표를 두고 법적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제외하고 매각가격을 내려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가격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가를 낮추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이르면 25일 한국을 방문해 매각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상표권 사용과 차입금 만기 연장 등 선결조건을 포함해 매각협상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6개월이 지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부활하게 되고 더블스타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