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때도 감사원의 삼성병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펼친 정황이 공개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6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모 전 삼성증권 고문의 진술서를 공개하고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을 감사하기로 돼있었고 그 과정에서 삼성 측 입장이 전달됐다”고 밝혔다. 박 전 고문은 감사원 감찰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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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6차 공판을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박 전 고문은 “메르스 때문에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을 감사하는데 미래전략실 이수형 팀장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대응(로비)하자고 했다”며 “나는 국장급, 정모 감사는 과장과 실무자를 맡고 이 팀장이 전체 총괄을 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박 전 고문의 진술 내용으로 미루어 삼성그룹이 밀착로비를 펼쳐왔다고 바라봤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레벨(로비상대)에 맞춰 밀착로비를 한 것”이라며 “이 선에서 해결이 안 되면 청와대와 수석 비서관, 거기에서도 안 되면 독대 순으로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금융당국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친 정황도 공개했다.
박 전 고문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금감원장, 수석 부원장 만나서 삼성 금융회사를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전화기(갤럭시S6)를 주었더니 ‘예전에 무섭던 감사관한테 선물도 받는다’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깨알 로비’가 보인다”며 “계열사 사람들이 경제 관련 여러 주도층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메르스 부분은 부정청탁이나 대가관계 합의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며 “특검이 증거도 없이 단순히 의혹제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에서 자꾸 로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민원인 자격인 삼성이 공무원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입장을 전달하는 건 적법 활동이고 필요한 행위”라며 “그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로비라고 하면서 불법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