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일본 샤프 브랜드를 활용한 TV사업 확대에 강력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수직계열화 효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뒤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사업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홍하이그룹이 공략하는 주요시장과 사업전략이 완전히 달라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 홍하이그룹 TV사업에 속도
1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이 아이폰 위탁생산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 성장동력으로 TV를 점찍고 사업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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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폭스콘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올해 TV 신제품을 매달 출시하며 1+1행사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겠다”며 “올해 판매량을 지난해의 2배인 1천만 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샤프 브랜드의 TV를 판매하고 있다. 초반에는 적극적인 물량공세로 점유율을 늘린 뒤 브랜드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내놓았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자체생산하는 제품의 경쟁력과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목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폭스콘은 지난해 연매출이 약 165조 원에 이르는 거대 전자기업으로 전체매출의 절반 이상을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완제품 위탁생산으로 올린다.
하지만 애플이 최근 아이폰 판매확대보다 콘텐츠매출 성장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하면서 홍하이그룹은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폭스콘은 매출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홍하이그룹은 이를 만회할 새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 최근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하이그룹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궁극적으로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파악했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노키아를 인수한 뒤 스마트폰사업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넘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홍하이그룹이 스마트폰 등 애플과 겹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TV사업의 경우 샤프가 이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가격경쟁력에 핵심으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수급문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어 홍하이그룹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홍하이그룹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이노룩스는 올해 1월 글로벌 LCD TV패널 점유율이 16.3%로 LG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샤프의 점유율을 합하면 20%를 넘는다.
◆ 삼성전자 LG전자 위협 어려워
홍하이그룹은 올해부터 삼성전자 등 외부고객사에 샤프 TV패널의 공급을 중단하며 자체 패널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정적인 디스플레이 수급망을 확보할 경우 샤프 브랜드 TV는 외부업체에 패널공급을 의존하는 경쟁업체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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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 |
홍하이그룹은 이른 시일 안에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폭스콘을 아시아 1위 전자기업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매출 격차는 40조 원 정도다.
경제전문지 시킹알파는 “샤프는 2011년까지 글로벌 5대 TV업체로 꼽혔고 아직 충분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며 “중국업체에 이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샤프가 주로 중국시장을 겨냥하며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을 쓰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실질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현재 5% 미만이다.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하며 가격경쟁을 피해 판매확대보다 수익개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우 샤프가 아예 진출할 수도 없다. 중국 하이센스가 샤프 브랜드의 미국 사용권을 인수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하이센스와 미국 브랜드사용권 회수를 놓고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홍하이그룹의 TV사업 확대가 LCD패널 공급부족을 이끌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수도 있다. 자체 디스플레이 계열사가 없는 소니 등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패널확보에 고전하거나 원가상승으로 가격을 높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브랜드조사기관 DDG는 “샤프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아직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며 “최근 5년 동안 점유율이 크게 떨어져 다시 인지도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