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특수강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른다.
동부특수강 인수가격이 치솟을 경우 누가 인수를 하더라도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동부특수강 눈독 들이는 세아그룹과 현대제철
24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동부특수강 투자의향서를 25일까지 받는다. 산업은행은 지난 19일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을 비롯해 중국 철강기업들에게 동부특수강 투자안내서를 보냈다.
산업은행은 투자의향서를 보낸 기업들 가운데 입찰적격자를 뽑아 26일 통보한 뒤 11월 안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올해 안에 동부특수강 매각을 완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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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
동부특수강은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 등을 만드는 특수강 2차공정회사다. 지난해 매출 4064억 원에 영업이익 196억 원을 냈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약 23%로 업계 2위에 올라있다.
동부특수강 인수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세아그룹이다.
세아그룹 주력 계열사인 세아특수강은 특수강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아그룹은 특수강사업에서 위상을 굳건히 하기 위해 동부특수강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려고 한다.
세아그룹은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를 중심으로 지난 7월 동부특수강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세아홀딩스와 세아특수강이 함께 동부특수강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세아특수강의 주요 판매처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인 점을 주목한다. 만약 동부특수강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팔릴 경우 세아특수강의 1위 자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2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국제철강 및 비철금속산업전’에서 동부특수강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송충식 재경본부장을 중심으로 지난 7월부터 동부특수강 인수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검토를 진행중이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을 손에 넣을 경우 1차공정과 2차공정을 모두 갖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현대제철은 오는 2016년 양산을 목표로 8400억 원을 투자해 충청남도 당진에 특수강공장을 건설중이다.
현대제철의 당진 특수강공장은 선재와 봉강 등 1차공정만 전담하기 때문에 2차공정에 대한 욕구가 높다.
박 부회장은 “아무래도 2차공정까지 확보해야 특수강체제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 세아그룹 현대제철 모두 인수가 부담
투자 전문가들은 동부특수강 가격을 2500억 원에서 3천억 원 정도로 본다. 하지만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의 인수경쟁이 가열되면 가격이 3천억 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이 경우 두 기업은 모두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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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
세아그룹은 현재 1차공정 시장의 라이벌 기업인 포스코특수강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의 예상 인수가격은 1조2천억 원에 이른다. 경영권만 보유하기 위해 50%를 초과하는 수준의 지분만 사들여도 최소 8천억 원을 들여야 한다.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에 더해 동부특수강까지 인수하려면 자금 마련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세아그룹의 현금성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899억 원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아도 세아그룹이 현재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1천억 원대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2015년까지 부채 1조 원대를 상환하려던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해 7월 기업설명회에서 “2015년 1조 원 이상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2007년부터 일관제철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13.9%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당진 특수강공장 건설과 동부특수강 인수를 모두 추진하려면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뛰어들면 단기적으로 차입금이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