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오른쪽)이 2016년 6월2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김기현 울산시장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현대중공업이 일감부족에 따라 도크(선박건조대) 가동을 계속 중단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신규수주를 통해 비어가는 도크를 채워야 하지만 업황회복 속도가 더뎌 일감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은 일감을 따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 탱커(원유운반선) 4척과 액화가스운반선 2척 등 모두 6척, 7억9천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1분기에 탱커 2척, 액화석유가스(LPG) 선박 1척 등 3척, 3억8천만 달러를 수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신규수주가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수주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에 평균적으로 매 분기마다 15척, 17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현재 신규수주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수주잔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 수주잔고는 2월 말 기준 97척으로 2015년 말과 비교해 30% 넘게 감소했다.
권오갑 부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 등 인력감원과 도크의 가동중단 등 생산능력을 줄여 수주잔고 감소에 대처했다. 하지만 새로 수주하는 선박의 물량이 조선소 건조량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산능력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계속 내몰리고 있다.
권 부회장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서해안시대를 열었던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2010년에 완공한 작업장이 일감부족 사태를 견디지 못해 7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대선후보들과 군산시 관계자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도크가동을 중단하지 말아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가동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그만큼 현대중공업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 부회장은 군산조선소에서 일하는 400여 명의 인력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하는 희망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을 울산조선소로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울산조선소라고 해서 군산조선소보다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울산조선소는 지난해 6월에 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3월에 5도크의 가동도 중단했다.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H도크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원통형 해양설비와 플랫폼 작업이 마무리되면 하반기에는 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크의 가동을 계속 중단하는 방법으로 수주가뭄을 헤쳐나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신규수주를 늘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 부회장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업황회복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최근 전 세계 선박발주시장의 회복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만 해도 2018년 선박발주량이 2950만CGT(가치환산톤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이 전망치를 기존보다 13.2% 내린 2560만CGT로 낮췄다.
조선업황이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늦어질 경우 현대중공업이 불황을 버텨내야 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어 경영정상화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