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사면복권을 받기 전까지 경영전면에 나서지 못하지만 측면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회장이 LIG넥스원의 해외 수출판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LIG넥스원의 움직임을 놓고 볼 때 구 전 부회장이 LIG넥스원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관측이 나돈다.

  구본상, LIG넥스원 경영복귀 못 한 채 해외수주 지원 나서나  
▲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방산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널리 알렸던 이효구 전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12일 보유하고 있던 LIG넥스원 주식 1천 주를 모두 팔았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에 LIG넥스원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넉달 만에 LIG넥스원 주식을 전량 매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가 후임인 권희원 대표이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보유주식을 모두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부회장만 유지하고 있는데 LIG넥스원의 대표이사만 10년 가까이 했기 때문에 권 대표가 마음껏 경영을 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 경영과 무관하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구본상 전 부회장이 LIG넥스원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출소했고 그 뒤 실시된 LIG넥스원 인사에서 권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이 전 대표가 경영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떼면서 경영복귀를 위한 새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구 전 부회장이 LIG넥스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에 만기출소했다.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2021년 10월까지 LIG넥스원 등기임원을 맡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구 전 부회장도 1월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LIG넥스원 임직원 참배식’에서 한 기자와 만나 “아직은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올해는 (LIG넥스원을) 옆에서 열심히 도와서 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 전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챙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방산사업의 특성상 국내 국방예산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 확장이 필수적이다.

구 전 부회장은 2007년 LIG넥스원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해외사업조직을 개편하고 중남미와 인도아시아 등에 함대함 유도무기와 휴대용 지대공무기 등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구 전 부회장이 10년 전에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다시 활용한다면 LIG넥스원이 재도약하는데 구원투수 역할을 충분히 할 가능성도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오너일가로서 LIG넥스원을 측면에서 지원할 경우 LIG넥스원이 실적부진에서 탈출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신규수주를 7200억 원가량밖에 확보하지 못해 수주잔고가 크게 줄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4조5634억 원으로 2015년 말보다 20%가까이 감소했는데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주잔고를 늘리지 못하면 향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

1분기 실적도 부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이 1분기에 매출 3760억 원, 영업이익 24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11.1% 줄어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