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사드문제로 판매부진을 겪은 데 더해 글로벌 재고부담까지 늘면서 현대자동차보다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이 12일 “기아차 재고량은 지난해 연말 3.1개월 수준에서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3.4개월로 늘었다”며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부진으로 재고부담이 늘면서 주력 판매차량인 K3 출하량도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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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
현대기아차 글로벌판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판매가 3월 사드문제로 반토막나면서 현대기아차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기아차는 올해 들어 중국 딜러들이 재고부담으로 보상금을 요청하면서 판매활동이 위축됐는데 사드악재까지 겹치면서 현대차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월 중국에서 도매로 각각 5만6천 대, 1만6천 대를 팔았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해 현대차와 기아차 도매판매는 각각 44%, 68% 줄었다.
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경쟁심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재고를 소진하고 중국 딜러와 협상을 마무리 지어 중국판매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아차는 올해 1분기 매출 12조2697억 원, 영업이익 5276억 원, 순이익 5761억 원을 냈을 것으로 권 연구원은 봤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 17% 줄어들고 순이익은 39%나 감소하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보다 원달러 평균환율이 낮아졌고 재고부담이 늘어난 데다 세타2엔진 리콜로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이라며 “순이익은 중국부진과 현대모비스 등 연결회사의 실적부진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아차에 비하면 사정이 낫다.
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사드문제로 중국부진을 겪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제품군 강화, 신흥국 판매 회복세, 낮아진 재고부담 등 사업적 요소들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며 “사드문제 등 외부적 요인이 해소되면 기업가치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1분기에 매출 22조4176억 원, 영업이익 1조2263억 원, 순이익 1조2525억 원을 냈을 것으로 권 연구원은 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0.3%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 29% 줄어드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국내공장의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고정비부담이 늘고 원화강세로 판매부진을 겪은 데다 세타2엔진 리콜로 충당금까지 반영돼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랜저와 제네시스 등 대형차와 SUV 판매비중이 확대되면서 제품군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