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발주취소 등 파급될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 P플랜 돌입시 발주취소 전망 엇갈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한 P플랜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발주처들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프로젝트의 계약을 얼마나 취소할 지를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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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방산) 등을 포함해 모두 114척, 340억3천만 달러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정감사회계법인인 삼정KPMG는 실사보고서에서 114척 가운데 96척의 선박건조 계약을 체결할 때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했다.
삼정KPMG는 40척가량은 선박발주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계약이라고 추정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모두 3월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P플랜에 돌입할 경우 40척 이상의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세현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 팀장은 10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계약취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는 8척 정도”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선박의 건조계약이 얼마나 취소될지 판단이 갈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아 P플랜 절차에 돌입할 경우 발주취소 등에 따른 손실이 최대 59조 원에 이를 수 있다며 사채권자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발주취소 전망이 어긋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떠안게 될 계약취소 규모를 부풀려 사채권자들을 ‘협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에 자체분석한 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돌입하면 17조6천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 대우조선해양, 실제로 얼마나 피해볼까?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발주처의 특성을 고려해야 정확한 건조계약 취소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선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 51척으로 가장 많고 탱커(15척), 컨테이너선박(12척), 액화석유가스(LPG) 선박(4척) 등 모두 82척이다.
해외선주들은 실제로 선박을 운용하기 위해 조선사에 선박을 건조해달라는 주문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고려할 때 상선부문에서 발주가 취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은 파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상선 대부분이 현재 설계와 강재절단, 블록조립 등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주물량 대부분의 인도시점이 올해와 내년에 몰려있어 해외선주들이 P플랜을 이유로 발주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취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선박가격이 10여 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어 선주들이 기존계약을 해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립 사장도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주물량 대부분의 선박가격은 현재 선박가격보다 10~20% 높은 수준”이라며 “발주처 입장에서는 P플랜을 구실로 삼아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발주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해양플랜트는 상당수의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해양플랜트부문 수주잔고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8척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추기업들은 저유가에 따른 채산성 부족으로 드릴십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데 조선사에 발주해놓은 설비를 인도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노르웨이 시추기업인 시드릴과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4척의 계약이 모두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업들로부터 모두 2조 원에 이르는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계약이 취소되면 잔금회수가 불가능해진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추기업이 계약을 취소하면 선수금을 몰취하고 건조를 마친 설비를 다른 기업에 매각해 잔금을 회수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