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방안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추가 고통분담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의 준비가 90%가량 마무리됐다며 자율적 채무조정에 실패하면 21일 전후로 P플랜에 들어가겠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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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 |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지원방안’ 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에서 더 이상 사채권들에게 양보할 여지가 없다”며 “사채권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에 △4월 만기회사채 우선상환 △산업은행의 추가감자 △출자전환 가격할인 △출자전환 비율조정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등을 요구했다.
정 부행장은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민연금에 보냈다”며 “모두가 손실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국민혈세를 너무 많이 투입했다”며 “채권자들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정부가 23일 발표한 지원방안 외에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할인, 만기유예 회사채 우선상환 등 새로운 조건을 사채권자들에게 제시했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행장은 “국민연금 측에서 연락이 오면 17일 전에 만나서 협의할 여지가 있지만 산업은행이 더 이상 양보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실패할 경우 P플랜에 곧바로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정 부행장은 “1개월 전부터 P플랜을 준비해 현재 90%가량이 마무리됐다”며 “최종 일정은 금융당국과 협의해야 하지만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사채권자집회일인 17일과 18일 이후인 21일 전후에 P플랜으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P플랜 시 신규자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투입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선수금환급보증(RG)은 시중은행에도 동참을 요구하겠지만 이의를 보일 시중은행이 있을 수 있어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실제 발주사가 선박을 얼마나 취소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선주사 설득을 통해 위험을 줄여 소난골과 시드릴 등 대략 8척 정도의 발주취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