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증설에 예상보다 큰 규모로 투자하며 시장을 선점해 실적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수요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기술추격도 빨라질 경우 대규모 투자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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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삼성전자는 올해 낸드플래시에 최대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며 “3D낸드에 기존 예상보다 큰 규모의 생산투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6월 완공되는 평택 반도체 신규공장에 3D낸드 증설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금액은 20조 원 정도로 사상 최대치를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지난해 말 4만1천 장에서 올해 말 5만 장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생산능력 확대는 이례적으로 꼽힌다.
최 연구원은 올해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삼성전자가 공급을 확대하기 유리한 환경을 맞으며 시장성장에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더욱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2위업체인 일본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생산투자에 차질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도 자금확보를 위해 인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생산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3D낸드 기술에서 경쟁업체들보다 크게 앞서있는 것도 생산투자를 앞당기는 중요한 이유로 분석됐다.
경쟁업체의 진출이 늦어지는 사이 3D낸드의 공급을 대폭 확대하면 선점효과를 통해 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투자가 과거 D램사업 초창기에 벌였던 대규모 투자전략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전에 D램사업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해 업황이 악화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우선 공격적인 생산투자로 출하량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자금여력에서 모두 앞선 만큼 업황악화가 발생할 경우 후발업체들이 수익성 확보에 더 고전해 기술개발과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에서도 삼성전자가 현재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과거 D램처럼 공격적인 생산투자로 비슷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특성과 현재 시장상황이 D램과 다른 부분이 많아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로 노리는 효과를 온전히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인텔 등 자금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다. 낸드플래시 업황이 악화해도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를 늦출 가능성은 낮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에서 점유율 상승에 고전하는 것은 후발업체를 퇴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투자전략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로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을 이끈 뒤 시장지배력 강화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익성에 타격만 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서 대규모 투자효과를 보려면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업황호조가 이어지거나 후발업체와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져 추격을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는 등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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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평택시의 삼성전자 신규 반도체공장 부지. |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의 탑재량 증가는 점차 한계를 맞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콘텐츠가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며 대용량 저장장치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버분야에서 기존의 하드디스크를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로 교체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SSD의 수요증가가 다시 가격상승을 이끌어 서버업체의 부담이 커지며 성장세가 주춤하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주력인 64단 3D낸드보다 앞선 72단 3D낸드의 개발을 세계 최초로 마쳤다고 밝힌 점도 위협으로 꼽힌다. 3D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성능과 생산효율이 개선된다.
SK하이닉스는 72단 3D낸드의 양산에도 성공하면 그동안 미뤄왔던 생산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더 앞선 공정개발에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점유율을 충분히 빼앗길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생산투자는 후발업체들의 3D낸드 기술개발과 시장진출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독주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무리한 투자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