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방계기업인 코스모그룹의 허경수 회장이 부실에 빠진 계열사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에 이어 최근에도 보유중인 GS그룹 지주사인 GS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자금으로 코스모그룹 지주회사 격인 코스모앤컴퍼니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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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
하지만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돌려막기식의 단기처방이 효과를 낼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GS 보통주 15만주를 매일 3만 주씩 장내 매도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허 회장이 매도한 주식은 같은 기간 친동생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에게 넘어갔다.
이번 주식 매매로 허 회장의 GS 주식 보유주식은 260만3773주로 줄었고 지분율은 2.75%로 낮아졌다. 반면 허 사장의 GS 지분은 1.78%인 176만8156주로 늘어났다.
허 회장은 지난달 29일 코스모앤컴퍼니에 15억2천만 원을 빌려줬다. 코스모앤컴퍼니는 이 가운데 9억1100만 원을 다시 계열사인 코스모산업에 대여했다.
허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10억2천만 원을 코스모앤컴퍼니에 빌려줬는데 이 역시 코스모산업과 코스모뉴인더스트리의 차입금으로 사용됐다.
업계는 허 회장의 이번 GS 보유 주식 매도도 코스모그룹 지주회사 격인 코스모앤컴퍼니에 지원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허 회장은 코스모앤컴퍼니를 비롯해 그룹의 부실 계열사들을 살리기 위해 사재를 쏟아붓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단기차입금으로 12차례에 걸쳐 400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31일 코스모앤컴퍼니에 대한 채무 156억 원을 탕감해주기도 했다.
코스모그룹은 코스모화학, 코스모신소재 등 상장기업 2곳을 포함해 코스모건설, 마루망코리아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허 회장은 2010년 이후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모앤컴퍼니는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상태로 차입금이 86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사재를 투입해 급한 불을 끄는 한편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모뉴인더스트리, 코스모건설, 코스모글로벌 등 그룹 주요계열사 3곳을 흡수합병해 지배구조를 코스모앤컴퍼니와 코스모화학으로 단순화하는 중이다.
허 회장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허 회장의 잇따른 사재출연 카드가 단기처방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모앤컴퍼니가 허 회장의 지원을 받아 부실 계열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룹 전체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일시적 자금수혈만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사촌이다. GS그룹은 우애가 좋기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GS그룹이 코스모그룹 계열사 인수 등을 통해 코스모그룹을 지원하는 방안이 시도됐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GS에너지를 통한 코스모신소재 인수를 포기했다. 코스모신소재는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1.75배가 더 많은 상태다.
이런 결정은 GS그룹 역시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방계그룹의 부실자산을 떠안을 경우 GS그룹 마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허경수 회장의 GS 소유지분을 허진수 GS리테일 사장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가족 지분 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형제간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