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의 시장가치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채권에 영향을 받아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40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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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 |
이는 증권사의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위험노출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데다 채권 대부분은 만기가 올해 4월과 7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위험노출액 규모는 1352억 원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하이투자증권 400억 원, 하나금융투자 300억 원, 유안타증권 241억 원, KB증권 211억 원, 동부증권 200억 원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해 순이익 29억 원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처리방향에 따라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NICE신용평가는 “보험사와 증권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부실이 나타날 경우 보유한 유가증권은 현금으로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하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동부증권은 2016년 순이익보다 위험노출액이 커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의 시장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2월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인 2년 안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희망매각가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그보다 더욱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의 자구책 마련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을 매각을 추진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매각할 필요성이 없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지난해 LIG투자증권만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흥행에 실패한 데다 LIG투자증권과의 협상도 무산됐다. 문제는 가격차였는데 현대중공업은 자금 7천억 원 이상을 회수하기를 원했지만 지난해 매각 당시 시장이 예상한 적정 매각가는 5천억~6천억 원 수준이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의 시장가치를 높이려는 계획도 노조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주주총회에서 점포 통폐합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하는 등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노조반발이 거세 여의치 않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점포 재편과 성과보상제도 개편 등을 담은 7가지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반발해 무산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에 투자한 원금규모가 1조1072억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큰 손실을 각오하고 매각해야 될 것”이라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이투자증권은 구조조정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