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영국의 원전사업인 누젠의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서 한국전력공사가 누젠 프로젝트 인수협상에서 유리할 위치에 설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4일 “프랑스에너지업체 엔지가 보유하고 있는 40%의 누젠 지분을 도시바에 넘긴다”며 “도시바는 1억3870만 달러(약 1560억 원)에 엔지의 누젠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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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누젠 프로젝트는 영국 무어사이드 지역에 원전 3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도시바와 엔지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들고 있었다.
도시바는 최근 미국 원전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을 신청했는데 엔지는 이를 ‘채무불이행사유’로 보고 매각권리를 행사했다.
도시바와 웨스팅하우스는 누젠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상대업체에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할 경우 보유지분 전량을 넘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시바는 원전사업 축소계획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누젠 프로젝트의 지분 60%의 매각을 추진해왔는데 이제 100%를 매각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도시바가 엔지의 지분인수를 마무리해 누젠 프로젝트의 지분 100%를 보유할 경우 한국전력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누젠 프로젝트는 최근 웨스팅하우스 기술인 AP1000 원자로를 활용해 원전을 짓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은 AP1000 대신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원하고 있는데 도시바로부터 누젠 지분 100%를 인수할 경우 사업장악력이 높아져 AP1000을 APR1400로 변경하는 데 더욱 수월할 수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많은 문제가 제기된 AP1000 원자로를 선택하는 것은 한국전력 입장에서 리스크”라며 “한국전력은 영국의 원전사업 참여와 관련해 APR1400 원자로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전력이 영국에 APR1400 원자로를 수출할 경우 그동안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손발을 맞춰온 국내업체들과 함께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일 한국을 찾은 그렉 클라크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부 장관도 한국전력의 누젠 프로젝트 참여에 큰 관심을 공개적으로 보였다.
클라크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며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의 잠재적투자자로 한국전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누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추가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크 장관은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을 만나 원전사업을 논의했다. 사실 상 누젠 프로젝트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이 영국에 원전을 수출할 경우 2009년 아랍에미리트 이후 8년 만에 원전수출에 성공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