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를 제때 인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을 인도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해양업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해양설비가 자칫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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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최근 글로벌 발주처들로부터 해양플랜트 인도시점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현금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월31일 글로벌 해양시추기업 시드릴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척의 인도시점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이 프로젝트는 2015년 11월 말에 시드릴에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시드릴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인도시점이 두 차례나 미뤄졌다.
삼성중공업은 시드릴 드릴십 2척의 건조를 모두 마무리했지만 발주처에 해당 설비를 인도하지 못하면서 잔금 7억 달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드릴이 저유가에 따른 해양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탓에 잔금을 지불할 여력이 안돼 인도날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재 구체적인 인도시점을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양시추기업인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드릴십도 인도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과 2014년에 오션리그로부터 드릴십을 모두 3척 수주했는데 오션리그도 시드릴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선해양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오션리그는 최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들과 채무를 재조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오션리그가 채무재조정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출 가능성이 있지만 해양업황이 풀리지 않을 경우 삼성중공업에 드릴십 인도를 늦춰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인도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오션리그로부터 인도시점 연기와 관련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션리그 프로젝트의 인도시기가 2018년 중순과 2019년 초인 만큼 아직 적기인도 여부를 걱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시드릴과 오션리그는 경영난에서 벗어날 경우 잔금을 주고 드릴십을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양업황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되느냐에 따라 인도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조선업계는 파악한다.
지난해 말에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생산을 줄이는 데 합의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중반까지 오르자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은 해양플랜트의 발주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까지 내려가자 해양업황 회복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발주처들이 해양설비를 인도할 만한 체력을 갖추지 못해 발주해놓은 해양생산설비의 인도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설비를 인도하지 못하는 것이라 선수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계약금액의 70%에 이르는 잔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되는 점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악의 경우 글로벌 발주처가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드릴십을 중고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선 매각도 해양업황 회복이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삼성중공업에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인도시점이 늦춰진다고 하더라도 올해 50척이 넘는 선박을 제때 인도해 약 2조 원의 현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