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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페이로 결제시장 새판짠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9-19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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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페이로 결제시장 새판짠다  
▲ 팀 쿡 애플 CEO

“애플페이가 결제방식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페이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탑재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의 모바일결제 서비스다. 일단 아이폰에 카드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 지문인증만으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다.

애플페이를 내놓은 팀 쿡의 야심은 대단하다.

팀 쿡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장에서 낡은 지갑 그림을 보여주며 “애플의 목표는 이것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홈페이지에 “지갑, 네가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애플페이에 대한 초기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도 NFC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애플페이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플페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애플이기 때문에 애플페이 역시 성공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 뛰어난 보안성으로 무장한 애플페이

애플페이는 현재 국내 금융사들이 출시한 전자지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도 애플페이가 지갑임을 강조하며 ‘지갑 없이도 쓸 수 있는 지갑(Your wallet, Without the wallet)’이라고 설명한다.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아이튠즈(iTunes)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아니면 아이폰 카메라로 신용카드 사진을 찍어서 은행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입력된 정보는 아이폰에 기본 탑재된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인 ‘패스북(Passbook)’에 저장된다.

이렇게 한 번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그 다음부터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NFC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손가락을 홈버튼에 대 본인의 지문을 인식시키면 결제가 이뤄진다.

애플은 애플페이가 다른 모바일결제 서비스보다 우수한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인 에디 큐는 “애플페이의 핵심은 보안성과 사생활 보호”라며 “애플은 사용자의 구매이력을 수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플이 보안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은 지문인식 인증기술 ‘터치 아이디(Touch ID)’를 결제서비스와 결합한 데에서도 확인된다. 결제하려면 등록된 사용자의 지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은 사용자의 결제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카드번호 등은 기기나 애플 서버가 아닌 아이폰에 내장된 전용 보안칩인 ‘시큐어 엘리먼트(Secure Element)’에 암호화돼 저장된다.

결제할 때도 보안은 철저히 유지된다.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번호가 아닌 거래할 때마다 새롭게 생성되는 16자리의 임시번호를 사용한다. 또 카드 뒷면 보안코드 대신 별도의 동적 보안코드를 만들어 쓴다.

에디 큐 부사장은 “애플페이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이름이나 카드번호 등 결제정보가 각 매장의 결제기에 남지 않는다”며 “이는 잠재적 결제사기의 가능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페이로 결제시장 새판짠다  
▲ 팀 쿡은 애플페이가 지갑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 구글의 전철 밟지 않으려는 애플


애플페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NFC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구글도 3년 전 수백만 달러를 들여 ‘구글 월렛’이라는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는 보안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쓸 만한 곳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업체들은 굳이 돈을 들여 전용 결제단말기를 마련하려고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결제가 편리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사용처가 적다는 점 때문에 결제방식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어떤 곳도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행보를 보면 구글 등 선발주자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모습이 드러난다. 애플은 애플페이 출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방대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은 현재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이 등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나이키, 디즈니, 스테이플스, 홀푸드 마켓 등 미국 내 주요 업체들과 제휴했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은 22만개 이상이다.

애플은 마스터와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 3대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들 카드사들은 미국 신용카드 결제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도 애플페이에 참여한다. 지난 9일 애플페이 발표 직후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홈페이지에 애플페이와 제휴한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특히 미국 최대은행인 체이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체이스는 인터넷뱅킹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애플페이로고와 아이폰6 사진을 게시했고 애플페이 공식 사이트 링크까지 넣었다.

체이스의 모바일결제 담당 디렉터 스콧 라우는 “우리는 애플페이를 보자마자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 애플페이, 페이팔 위협할까

애플페이가 출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그동안 미국 결제시장의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페이팔에 쏠리고 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결제할 때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페이팔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맷 딜 비자카드 혁신 및 전략 파트너십 수석부사장은 9일 “애플 같은 회사가 나서게 되면 다른 곳보다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무려 8억 명에 이르는 아이튠즈 가입자를 통해 빠른 속도로 모바일결제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본다. 8억 명 가운데 6억 명이 이미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한 상태다.

페이팔이 애플페이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주가에서 확인됐다. 애플페이가 공개된 다음날 페이팔의 모기업인 이베이 주가는 전날보다 3.09% 급락한 51.10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10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가 페이팔의 위협이 될 수 있을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며 “다만 향후 3~6개월 동안 이베이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애플페이는 모바일결제시장의 판세를 뒤흔들만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팔 역시 애플페이를 의식한 듯 공세에 나서고 있다. 페이팔은 지난 1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에 애플페이가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페이팔은 광고에서 “우리는 셀카사진보다 우리의 돈이 더 안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We the people want our money safer than our selfies)”이라며 “페이팔은 사용자들의 돈을 보호합니다(Paypal protecting the people economy)”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주요 금융사와 소매업체들이 페이팔에서 애플페이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터진 애플 아이클라우드 해킹사건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본다.

  팀 쿡, 애플페이로 결제시장 새판짠다  
▲ 애플은 애플페이의 성공적 시장안착을 위해 제휴업체들을 확보하며 생태계 조성에 노력 중이다.

◆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 가능성은


애플페이는 애플의 최신 운영체제인 ‘iOS8’ 업데이트가 완료된 후 오는 10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서비스 가능 지역은 일단 미국에 한정된다.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페이의 성공 가능성을 점검한 뒤 차차 지역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팀 쿡은 “다른 국가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이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려면 국내 보안규정을 통과해야 하며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한 국내 금융사와 이동통신사들의 텃세도 이겨내야 한다.

특히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 5%의 시장점유율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에 진출하겠냐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국내 모바일결제시장에 진출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이 크지 않아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애플은 한국에 애플의 공식 오프라인 판매점인 ‘애플스토어’를 진출시키기 않았다. 국내 아이튠즈도 다른 국가에 비해 서비스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설사 애플페이가 들어온다고 해도 소매업체들이 아이폰 전용 결제단말기를 마련할지도 미지수다. 이미2011년부터 NFC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됐지만 NFC를 활용한 결제시장은 3년이 지나도록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카드 가맹점 가운데 1.5%만이 NFC 결제 단말기를 설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0만 명에 불과한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해 소매업체들이 결제 단말기를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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