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을 누가 품게 될까?
시멘트기업이 레미콘공장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 등 국내 시멘트기업 여러 곳이 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에 눈독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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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현 성신양회 사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가 알짜사업인 레미콘사업장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누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성신양회는 그동안 레미콘사업에서 꾸준한 이익을 냈다. 지난해 레미콘사업에서 매출 1647억 원을 냈는데 전체매출의 23%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이 3500억 원이나 되는 데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신양회는 구리와 파주, 용인, 대전, 베트남 등에 레미콘공장 5곳을 두고 있다. 레미콘은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말하는데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원재료로 삼는다. 레미콘은 생산된 지 90분 안에 건설현장으로 운반돼야 하기 때문에 건설작업이 많이 진행되는 수도권과 레미콘공장이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성신양회가 수도권과 가까운 구리와 파주, 용인의 레미콘공장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매각대금은 약 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성신양회가 인수전을 시작하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가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멘트회사가 레미콘사업을 보유하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통해 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을 인수하면 쌍용양회는 수도권에 더 많은 레미콘공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쌍용양회의 시멘트판매망을 내륙으로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이 이런 전략에 힘을 보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쌍용양회는 2015년 말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시멘트업계는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중심으로 시멘트사업의 덩치를 불린 뒤 해외기업에 비싼 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전략을 짤 것으로 내다본다.
한라시멘트도 쌍용양회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한라시멘트는 지난해 외국계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에 인수됐다.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도 한라시멘트의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 데 따라 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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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왼쪽),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 |
삼표그룹과 아주산업 등도 인수후보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삼표그룹은 2015년 9월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뒤 시너지를 톡톡히 누렸다. 삼표그룹은 삼표산업과 삼표기초소재, 동양시멘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덕에 지난해 관련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5년보다 46.9%나 늘었다.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이름을 동양시멘트에서 삼표시멘트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삼표그룹의 레미콘과 시멘트 등 전 계열사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서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성신양회의 레미콘공장을 인수할 수도 있다.
아주산업은 레미콘업계 선두권인 유진기업이나 한일시멘트보다 레미콘공장 수가 적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상암과 광명, 인천, 수원 등 수도권 레미콘공장의 지리적 이점에 힘입어 생산량 기준으로 업계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주산업이 수도권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