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에 어떻게 대응할까.
29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분 20.7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0.06%를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소폭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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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
삼성생명은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만약 지분요건이 강화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 상장사로 돼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정을 지분 20%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사 지분요건을 비상장사와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삼성생명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2015년 기준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48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 27조136억 원에 비하면 1.8%로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거래 가이드라인인 200억 원을 넘기 때문에 제재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시행을 앞두고 규제대상인 3곳 가운데 2곳을 정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가치네트는 청산했고 삼성석유화학은 삼성종합화학과 합병한 뒤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삼성생명이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섣불리 지분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 삼성중공업 지분 3.4%, 호텔신라 지분 7.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대상을 모두 정리하고 남은 곳은 삼성물산뿐이다.
2015년 규제대상이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했는데 당시 합병을 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지분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라 지분을 처분할 경우 그룹 전체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진다. 결국 삼성물산은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남았다. 오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0.68%를 추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전례를 봤을 때 삼성생명 역시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해서 지분처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공정위가 당장 삼성생명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삼성생명의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인데다 내부거래 비중도 낮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제재에 나선 현대그룹 한진그룹 CJ그룹 등의 계열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90~100%로 많고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곳들이었다.
다만 공정위가 추진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은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정위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을 거느린 중간금융지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공정위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면서 중간금융지주 전환을 모색하는 새로운 지배구조개편 전략을 타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