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현대중공업 분사를 앞두고도  2016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서 노조 내부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29일 현대중공업 노조 등에 따르면 28일 열렸던 85차 본교섭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인적분할 전에 임단협을 타결하려고 했던 시도가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중공업 분사 전 임단협 타결 못해 노조 내부 불만 커져  
▲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현대중공업 노사가 30일 열리는 86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다고 해도 24시간의 공고기간과 조합원의 찬반투표 등을 고려할 때 분사 전에 임단협이 확정될 수 없게 된다.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1개월 가까이 회사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된 성과를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 “회사는 시나리오대로 고정연장수당 폐지, 희망퇴직 실시, 인적분할 등을 척척 해나갔다”며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임단협 타결안을 개악안이라며 철회하라고만 주장했지 하나도 얻어낸 것이 없는 무능력한 조직”이라고 성토했다.

물론 백 지부장으로서는 임단협을 타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백 지부장은 지난해 회사가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추진하자 현대차노조와 연대파업을 벌이고 금속노조에 재가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 23년 만의 전면파업과 10차례가 넘는 부분파업을 주도하며 회사와 강한 샅바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백 지부장은 임단협에서 ‘빈 손’으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백 지부장이 회사의 임단협 협상 전략에 적절한 카드를 꺼내지 못해 판을 잘못 읽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분사’에만 초점을 맞춰 투쟁을 벌였기 때문에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지부장은 회사가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조선사업부의 인적분할을 결정하자 즉각 분사에 반대한다고 맞섰다. 임단협 협상에서는 분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백 지부장이 분사 문제에만 집중한 탓에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고용과 임금 등의 사항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반면 회사는 생존의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에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계속 설득하는 동시에 20%의 임금반납과 1년 동안 고용보장 등의 실질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사실상 임금과 고용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모두 회사가 쥐고 있었던 셈이다.

백 지부장이 노조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조합원은 “노조는 회사와 임단협을 한 뒤 노조게시판에 진행상황을 알리는데 급급했을 뿐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소통부재가 현재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비판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분할이 이뤄진 뒤에도 회사와 적극적으로 교섭해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