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경영난으로 대규모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반도체사업의 입찰을 마감했지만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기술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공동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회생을 지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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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 |
도시바는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통한 자금확보도 추진하고 있어 반도체사업 지분이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29일 “일본에서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해외기업에 유출되는 데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며 “인수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고바야시 요시미츠 일본 기업인연합회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에 핵심적인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해외로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도시바와 낸드플래시사업에 협력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사업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바야시 회장이 도시바 이사회의 입장을 완전히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대규모 손실을 낸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정부 역시 외국기업이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확보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중화권업체들과 SK하이닉스 등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투자기관들과 공동으로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하기 위해 10조 원 이상을 써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관측과 달리 대만 홍하이그룹이나 글로벌 사모펀드가 아닌 일본 투자기관과 손을 잡은 것은 도시바의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정부의 견해로 도시바의 반도체 지분인수에 중화권업체들은 기회조차 잡지 못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도 50% 이상 대규모 지분매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은 낮다. 지분인수가 낸드플래시 사업경쟁력 강화에 실제로 이득이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도시바 반도체 지분인수에 뛰어들며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향후 일본의 국가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웨스턴디지털은 이전부터 깊은 협력관계를 맺어온 만큼 기술유출 위험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혁신기구는 2012년 국가차원의 디스플레이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해 소니와 도시바 등의 LCD사업을 인수한 뒤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도시바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어 대규모 자금확보에 여유가 생긴 만큼 해외업체에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는 계획을 다시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바 이사회는 29일 경영난의 원인이 된 미국 원전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신청을 승인했다. 부실사업을 완전히 계열분리한 뒤 경영정상화에 더욱 속도를 내려는 것이다.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의 매각도 검토중인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도시바는 2008년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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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낸드플래시 합작생산공장. |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가 원전사업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최대 10조 원으로 추산했다. 웨스팅하우스를 매각하고 현재 추진중인 일본 은행들의 대규모 대출도 승인받을 경우 일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정부와 금융권은 도시바의 반도체산업 기술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연구원은 “일본 산업혁신기구는 2조 원 정도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일본 은행들과 산업혁신기구가 동시에 도시바의 지분확보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웨스턴디지털 역시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20% 정도의 지분은 무리없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 등 해외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충분히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노 연구원은 “일본정부가 주도해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집중육성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