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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청년희망펀드에 돈을 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하고 직접 돈을 내자 두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은 직간접적으로 출연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2015년 11월 청년희망펀드에 사재 60억 원을 출연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신동빈 회장도 당시 70억 원을 출연했는데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 은행에서 빚을 졌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조성된 공익신탁형 기부금으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 만들어졌다. 청년희망재단이 청년희망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3월 현재 누적 기부금액은 1462억 원에 이른다. 청년희망재단 측은 청년 일자리창출사업과 지원사업에 재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과 신 회장은 청년희망펀드 설립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2천만 원을 내고 월급의 일부도 출연하겠다고 하자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청년희망펀드 조성 과정에서 사실상의 압박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1월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이 먼저 2천만 원을 내고 월급도 내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 총수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냈는데 기업들이 안 내겠냐”고 말했다.
최 회장과 신 회장은 보유재산이 수 조 원대인 대기업 총수지만 당시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당시 수감생활을 하다 사면으로 풀려난 지 3달 밖에 안 돼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었고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약 30%를 1천억 원에 사느라고 주머니가 비어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최 회장과 신 회장이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청년희망펀드에 돈을 낸 것을 놓고 대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최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실무진이 청년희망펀드에 대통령도 출연했기 때문에 출연해야 한다고 권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도 “고 이인원 부회장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리만 안내면 안 된다’고 해서 70억 원을 냈다”고 말했다.
두 회장이 청년희망펀드에 빚을 내면서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년희망펀드에 관련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년희망펀드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과 강제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희망재단은 실제로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45%에 불과해 ‘부실운영’ 비판을 받고 있다. 개인과 기업인들이 낸 기부금은 1462억 원에 이르지만 사용된 돈은 99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