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여론전에 이어 소송전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절차가 지연될수록 박 회장이 인수대금을 마련할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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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4일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을 부의했으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허용해 주고 자금안을 제시하는 것과 자금안을 먼저 제시한 뒤 채권단이 허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받는다고 해도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과연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채권단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법적 소송까지 내비치면서 인수전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결과 매각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박 회장은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다시 재무적투자자를 구할 수 있다. 매각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더블스타가 매수를 포기하고 물러나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정부는 최근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의 해외유출을 주시하고 있다. 해외기업을 놓고 대규모 인수합병을 벌이는 데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면 박 회장은 인수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고 채권단과 우선매수권 범위을 놓고 다시 논의할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22일 박 회장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부의했다. 채권단은 27일까지 동의를 밝히기로 했다.
현재 채권단은 박 회장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결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산업은행이 그동안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박 회장이 본안소송을 위한 가처분신청 등으로 채권단의 주식매매계약 효력을 정지하게 되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장기화할 수 있다. 우선매수권약정서 해석를 놓고 이견이 있는 만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3일 “우선매수권 자체를 양도하는 것과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얻은 주식을 양도하는 것은 명백히 구별된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주주협의회로부터 금호타이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우선매수권부여 약정 상 금지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