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롯데쇼핑이 인천과 서울 영등포에서 치열한 백화점 입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상권에 백화점이 들어선 만큼 기존 상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11월이면 알짜점포인 인천점에서 짐을 싸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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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영 신세계 대표. |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신세계 매장 가운데 매출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인천에선 가장 큰 유통매장으로 인천의 롯데백화점 2곳을 합친 것보다도 매출이 높다.
문제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부지와 건물 소유권이 수년 전 롯데쇼핑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1997년부터 인천시와 계약을 맺고 인천터미널 건물을 빌려 사용해왔다. 2012년엔 기존건물 역시 운영권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1450억 원을 들여 증축도 했다. 기존 백화점 건물의 임차기간은 2017년, 신축 건물의 임차 계약기간은 2031년까지다.
하지만 인천시가 재정난에 부딪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시가 2013년 재원확보를 위해 인천터미널 건불과 부지를 내놓자 롯데쇼핑이 9천억 원에 사들인 것이다.
롯데쇼핑은 이 일대에 이르면 2019년 복합쇼핑몰 ‘롯데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워뒀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가칭)으로 간판만 바꿔달게 된다.
인천시와 계약이 만료되는 11월이면 신세계는 기존 건물에서 철수하고 증축부분인 4분의1 규모만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는 증축부분만으론 백화점 정상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 재판에서 거듭 패소했다. 2015년 말 신세계가 상고한 뒤 1년이 이상이 지났지만 대법원 선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천시는 공식적인 매각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롯데쇼핑과 비밀준수협약을 통해 개발안 검토 등 사전작업에 착수할 기회를 독점부여했다”며 “매각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앞으로 사업방향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대법원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원심대로 확정될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상권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전체매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 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과 좁혀온 격차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매각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처음엔 허허벌판이었지만 현재로선 인천점 만한 상권이 인천에 없다”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고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1997년 인천점 개점 당시부터 마케팅부장으로 근무했다.
장 대표로서는 20년 동안 일군 상권을 고스란히 넘겨줘야할 신세가 된 만큼 설욕을 벼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역점의 간판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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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신세계> |
서울 영등포역은 1987년 민자역사로 개발된 뒤 줄곧 롯데역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1991년부터 문을 열었지만 올해 12월 허가기간이 끝난다.
신세계는 이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영등포역점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도전장을 받아든 롯데쇼핑의 각오도 남다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올해 사업방향을 정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소공동 본점이 아니라 영등포점에서 열었다”며 “영등포역점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유동인구가 많아 본점, 잠실점과 함께 매출이 5위 안에 든다. 서부지역의 유일한 매장이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영등포역 등을 놓고 민간기업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비영리적 순수 철도역사로 운영할지를 올해 말까지 결정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토부의 향후 방침이나 신세계의 사업자 선정준비 등을 놓고 “정부의 결정에 달린 만큼 할 수 있는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