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처음으로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가 중국인 관광객의 명품 소비에 기대던 외국인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국 고객 비중은 낮아진 반면 미국과 다른 아시아권 고객이 늘었고 소비 품목도 명품에서 K패션·K뷰티·식음료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은 달라진 외국인 소비를 빠르게 흡수하며 올해 신세계백화점의 첫 외국인 매출 1조 원 달성에 고삐를 죄고 있다.

5일 신세계백화점의 상황을 종합하면 중국 중추절·국경절과 일본 관광 수요가 겹치는 가을 방한 성수기를 맞아 외국인 고객의 실제 구매를 늘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1일까지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타임스퀘어점에서 올해 최대 규모 외국인 대상 행사인 ‘글로벌 쇼핑 페스타’를 진행한다.

한국관광공사와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에는 패션·뷰티·K푸드 120개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사와 세금환급사까지 참여한다. 상품 할인에 그치지 않고 결제와 환급까지 외국인의 쇼핑 과정 전체를 묶었다.

이번 행사는 과거 중국 관광객의 명품 구매에 집중됐던 백화점 외국인 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된다.

패션과 뷰티, K푸드를 동시에 앞세우고 여러 국가 고객이 이용하는 결제수단을 붙였다. 외국인 한 명이 백화점 안에서 소비하는 상품군과 구매 접점을 함께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외국인 매출 구조도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58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늘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약 6500억 원의 90%를 반년 만에 채웠다.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처음 연간 외국인 매출 1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매출 증가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 국적 변화다. 주요 고객층인 중국인 비중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전체 외국인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에서 중국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7.5%에서 올해 상반기 48.5%로 29.0%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미국 고객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19.1%로, 동남아 등을 포함한 기타 아시아 고객은 4.4%에서 14.9%로 높아졌다.

구매하는 품목도 넓어졌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3% 늘었다. 명품이 여전히 가장 강한 상품군이지만 남성패션도 110.0%, 여성패션은 89.4%, 화장품은 87.3%, 식음료는 62.9% 증가했다.

과거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명품을 집중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국적의 개별관광객이 K패션과 K뷰티, 먹거리까지 함께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박주형 사장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백화점을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닌 관광 목적지로 키우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박 사장은 7월 외국인 관광객 실적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은 K쇼핑과 K미식, K콘텐츠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관광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며 “차별화된 점포경쟁력과 브랜드 차별화로 K쇼핑 랜드마크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서울 명동 본점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 늘었다. 현재 본점 방문객 3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고객 비중도 높아졌다.

여기에 본점 앞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신세계스퀘어’를 K팝과 K헤리티지 등 한국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운영하며 명동 관광객을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후 럭셔리와 패션, 뷰티, 식음료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본점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증권가도 본점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소비 확대를 신세계의 성장 요인으로 꼽고 있다.

장호 iM증권 연구원은 “본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명동 입지와 대형 점포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소비 확대 효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개점한 신세계 본점의 더 헤리티지. <신세계>


박주형 사장이 K뷰티를 별도 성장축으로 키우는 것도 외국인 소비를 명품 밖으로 넓히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올해 1~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 늘었다. 명동점과 홍대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올해 4월 기준 각각 90.2%, 91%에 이른다.

신세계는 이런 수요에 맞춰 시코르의 K뷰티 상품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였다. 한때 19개까지 줄었던 매장 수도 21개로 다시 늘렸으며 앞으로 2년 동안 10개 이상을 추가 출점하기로 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K뷰티 수요를 직접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명동에서는 신세계면세점도 외국인 수요를 함께 흡수하고 있다. 본점의 패션·명품, 시코르의 K뷰티, 면세점의 면세 쇼핑을 연결해 관광객과 만나는 소비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외부 환경은 백화점업계에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0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관광 분야 카드 소비액은 같은 기간 14조180억 원으로 50%가량 증가했다.

방한객 증가가 중국에만 집중된 것도 아니다. 일본과 미국, 동남아 주요국에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도 함께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고객 국적이 다변화되는 흐름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발맞춰 서울 수도권을 넘어 부산 등 지역 핵심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K컬쳐를 접목한 체험형 콘텐츠와 차별화 브랜드,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