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6연임에 도전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카카오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힘을 싣고 있는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윤 대표는 그동안 힘줘 온 동남아시아 네트워크가 그룹의 디지털자산 사업과 맞물리면서 내부 입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윤 대표가 2027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 추진 성과에 힘입어 6연임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분야에서 발행과 유통 인프라, 사용자 채널, 실제 활용 서비스 등 단계별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한 선제작업으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플랫폼과 금융, 디지털자산 기업으로 협력전선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윤 대표가 카카오뱅크 글로벌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쌓아온 파트너 기업들이 디지털자산 사업에서도 핵심 ‘동맹군’으로 이름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윤 대표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와 그룹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동남아시아 대표 슈퍼앱 기업 그랩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비롯해 관련 서비스 개발과 지역 확장 전략 수립 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태국 금융지주사 SCBX와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해외 결제·송금 서비스 개발과 더불어 한국과 태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나선다.

그랩과 SCBX는 모두 카카오뱅크의 해외사업 핵심 파트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해외시장 진출의 첫발을 뗐다. 슈퍼뱅크는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슈퍼뱅크는 자동저축 상품과 럭키박스 등 현지 금융상품을 함께 개발하며 협업을 확대해왔다. 슈퍼뱅크는 2024년 공식 출범한 뒤 9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말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했다.

태국에서는 SCBX와 손잡고 현지 금융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가상은행 뱅크X를 설립해 2027년 상반기 영업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지 가상은행 인가 단계부터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해 모바일 은행 앱 설계 등을 맡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4월 카카오뱅크 기자간담회에서 SCBX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쌓아온 점을 강조하면서 태국 가상은행 모델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송금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영역이다. 특히 국가 사이 결제와 송금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전히 내수 중심인데다 규제산업 특성상 국경의 벽이 높은 금융산업이 디지털자산을 매개로 국경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 (왼쪽부터) 티고르 M. 시아한 슈퍼뱅크 최고경영자(CEO),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뿐나맛 위찟끌루왕싸 뱅크X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뱅크가 사업 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카카오그룹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글로벌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주요 시장이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동남아 네트워크가 카카오그룹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는 카카오그룹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 대표의 역할과 입지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룹 차원의 역할 확대뿐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디지털자산 사업은 중요하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뒤 가파른 외형확장과 더불어 이익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국내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고객 수와 실적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2026년 상반기 순이익 3280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지만 2분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0%대에 그쳤다.

윤 대표는 이에 올해 6월 여신전문금융회사 마스턴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기업금융으로 여신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해외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디지털자산은 이런 성장전략의 외연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결제와 송금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윤 대표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동남아시아 글로벌 네트워크에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얹을 수 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출범 준비 단계인 2016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2025년 다섯 번째 연임에 성공했고 현재 임기는 2027년 3월25일까지다.

윤 대표는 5연임 과정에서 카카오뱅크의 실적 성장뿐 아니라 해외사업 확대 성과를 인정받았다. 당시 카카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윤 대표를 추천하면서 국내 인터넷은행의 첫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평가했다.

윤 대표는 9월 말 그랩, SCBX, 교보생명, 보난자팩토리 등 국내외 기업과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카카오그룹의 플랫폼과 금융 서비스 역량을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와 융합해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