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방향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된 데다 조기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금리 방향성을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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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뉴시스>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4일~15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인상 속도를 결정한다.
미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3월 금리인상 확률을 95%로 제시했다.
또 올해 미국 금리인상이 3차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면서 이 총재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미 연준이 올해 3월을 포함해 0.25%포인트씩 3차례 올리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 총재는 7일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줄 상황이 전개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강조하며 통화완화적 기조를 이어가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금리격차도 고려해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다만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이미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5년 만기, 고정형)는 3.43~4.81% 수준이다. 올해 초 3%대 초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르게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344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오른다면 국내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총재가 이제는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재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 금융시장 안정만을 강조할 뿐 별다른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경우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꾸준히 발언이나 연설 등을 통해 시장에 중장기적인 신호를 미리 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탄핵정국이 마무리된 뒤 조기대선 정국에 접어드는 지금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세울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재는 취임 당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금리를 5차례 내리면서 정부의 경기부양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할 시점”이라며 “한국은행이 국내경제에서 정책기관으로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과감한 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