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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고질라'와 '콩:스컬 아일랜드' 포스터. |
킹콩과 고질라가 한판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괴수영화’는 거대한 괴수와 그것이 가져오는 공포를 주제로 한 장르를 일컫는다. 특수촬영이 필수요소인 만큼 SF장르로 간주되기도 한다.
오락성이 강한 상업영화란 점에서 킬링타임용일 때가 많지만 잘 만들어진 괴수영화의 경우 철학적 함의도 적지 않다.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비수기 극장가에서 미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2편의 괴수영화가 나란히 한국관객들과 만난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킹콩이 등장하는 헐리우드 신작 블록버스터 '콩:스컬 아일랜드'가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휴 잭맨이 울버린으로 마지막 고군분투하는 ‘로건’을 2위로 밀어냈다.
8일 개봉한 콩:스컬 아일랜드는 실시간예매율에서도 40%가 넘는 예매율로 1위에 오르며 주말 극장가를 평정할 기세다. 일본판 괴수영화 ‘신 고질라’도 같은날 개봉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흥행세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3월 들어 국내 극장관객 수는 하루 평균 20만 명을 조금 넘기는 정도로 급격히 떨어졌다. 시국과 맞물려 완연한 봄철로 접어드는 둘째주 주말에는 영화관이 더욱 썰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해빙’과 ‘재심’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것을 빼면 그나마 화제성 높은 외화들이 관객 발길을 끌어당길 수 있다.
킹콩은 1930년대에 탄생해 그동안에도 숱하게 재탕 또는 삼탕으로 우려먹어온 캐릭터다. 영화기술이 발전하면서 표현이 더욱 정교해지고 스케일이 화려해졌을 뿐이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에서도 킹콩은 캐릭터의 측면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갖춰 위압감이 더욱 커졌다.
킹콩은 1933년 원작에서 18미터에 불과했는데 30미터 높이(!)로 진화했다. 킹콩 외에도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스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적수로 등장한다.
스케일이 커지고 CG기술력에 힘입어 화려함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가능해졌지만 스토리는 밋밋하다는 반응이 많다. 킹콩이 원래 사랑받았던 것은 물질만능의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란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킹콩은 가공할 만한 힘으로 인간이 쌓아올린 초고등 빌딩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경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2020년까지 3편을 시리즈물로 내놓는다.
'신 고질라'는 안노 히에다키가 총감독을 맡은 일본판 괴수영화다. 1954년에 혼다 이시로 감독이 ‘고질라’를 처음 선보인 뒤 지금까지 28번이나 만들어진 시리즈물의 대표격이다. 고질라는 일본어 ‘구지라’와 ‘고릴라’의 합성어로 탄생한 만큼 킹콩의 아류라고 해도 무방하다.
신고질라도 진화했다. 키 118.5미터에 몸무게가 9만2천 톤으로 시리즈물 가운데 가장 거대하며 4단계 변이과정을 보여준다. 킹콩이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존재로 다뤄지는 것과 달리 고질라는 파괴본능만 있는 정체불명의 공포 그 자체다.
킹콩은 오리지널판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번엔 외딴 섬으로 옮겨갔다. 반면 고질라는 여전히 일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해 파괴를 일삼는데 핵실험 과정에서 생겨난 돌연변이체라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핵에 대한 공포심을 반영하는 캐릭터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