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스무살 넥슨의 변신을 꾀하다  
▲ 스무살 넥슨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넥슨을 한국 최대의 게임회사로 키워온 김정주 대표가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인사개편과 함께 유아사업 등 영토확장을 꾀하고 있다. 게임중독법 제정 움직임과 셧다운제 학대 등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19일 일본대표와 한국대표를 교체했다. 본사 격인 일본대표는 최승우 대표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오웬 마호니 CFO 겸 관리 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한국법인은 서민 대표가 개발 및 경영 고문 자리를 맡고 박지원 일본법인 등기이사가 후임 대표자리를 맡게 됐다.

◆ 대표 교체는 글로벌 사업 강화 혹은 오너 영향력 확대?

이 같은 인사는 넥슨의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웬 마호니 신임 대표는 미국 대형 게임사인 EA에서 사업개발담당 수석부사장을 역임했고, 박지원 신임 대표는 넥슨 일본법인에서 글로벌사업총괄을 담당했다. 넥슨은 글로벌을 올해 키워드로 삼고 있어 신임 대표 체제에서 글로벌 사업이 더욱 날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NXC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재팬의 최승우 대표와 코리아의 서민 대표는 김정주 회장과 함께한 넥슨의 1세대 핵심 경영진이다”며 “실제로 그룹 총괄은 김 회장이, 나머지 각 법인별 세부적인 운영은 최승우 대표와 서민 대표가 책임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승우 대표와 서민 대표가 물러나면서 이들에게 경영을 전면적으로 맡겼던 김정주 대표가 각 법인의 경영에 참여하는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넥슨이 올해 창립 20년을 맞은 시기와 겹치면서 넥슨이 향후 걸어갈 길과 관련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은 1994년 창립됐고 한국 최대의 게임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전략을 위한 기반은 이미 구축돼 있다. 넥슨의 기업 구조는 2011년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본사를 일본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갖춰졌다. 일본의 넥슨 본사가 넥슨 한국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정주 대표의 NXC는 넥슨 일본 법인의 지분 47.96%(2013년 9월 기준)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넥슨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격이다. 넥슨은 또 엔씨소프트 주식 14.7%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최근 넥슨의 성장은 정체돼 있다. 13일 넥슨의 발표에 따르면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1553억엔(1조6386억원)이고 영업이익 507억엔(5349억원)이다. 전년도 대비 매출은 4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 증가에 그쳤다. 특히 4분기에는 44억엔(4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당연히 넥슨으로서는 글로벌 진출을 통한 매출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성장동력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영역 확장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변신의 길은?

그런 점에서 넥슨 그룹의 수장인 김 대표의 최근 움직임은 주목받을 만하다. 지난해 12월 NXC는 ‘유모차계의 벤츠’로 일컬어지는 노르웨이 기업 ‘스토케’를 4억8300만달러(약5000억원)에 인수했다.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는 대당 100만원이 넘는 고급 유모차로 잘 알려져 있다.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유아용품 업체를 인수한 것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는 그보다 앞선 6월에는 NXC의 홍콩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김 대표가 유아 관련 산업에 진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낳게 한다. 엔씨소프트 등 다른 게임회사에 비해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터 등을 서비스하는 넥슨의 고객층은 연령대가 낮은 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유아를 비롯한 아동 산업 투자는 넥슨이 보유한 게임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또 다른 사업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스토케 인수에 대해 “스토케 미래를 밝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사업 확장과 전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로 내정된 마호니 대표 역시 M&A 전문가로 알려졌다. 때문에 넥슨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정주, 스무살 넥슨의 변신을 꾀하다  
▲ 김정주 NXC 대표

김 대표는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언론 노출이나 외부 강연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경비가 사무실 건물 입구에서 그를 제지했던 일화도 있다. 그는 사무실에도 거의 있지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를 아는 주변인들은 그가 누구보다 워커홀릭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 본인도 인터뷰를 통해 “어떤 직장인보다 내 업무시간이 더 길 것”이라며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것은 ‘성공한 사업가’로만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뭐가 더 되고 싶다거나 사업을 얼마큼 더 키우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그냥 내게 주어진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매일 바쁘게 움직일 뿐”이라고 밝혔다.